무더위가 한창인 지난달 18일, 재경 성주향우회 회원들이 성주군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했다. 이때 이상희 전 대구시장이 "사드는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 반대하는 사람들 말만 듣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반감을 느낀 일부 군민이 욕설을 해댔다. 그러자 은퇴한 80대 전직 장관의 입에서 "너 누구야, 나와 맞짱 뜨자"라는 대거리가 튀어나왔다.
뜻밖의 호통에 좌중은 조용해졌다. 쟁점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소동의 이면에는 고향 성주에 대한 이 전 시장의 안타까움이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나라의 녹을 먹은 공직자로서의 책임의식과 도리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직에서 물러나 또 다른 시간을 맞는 은퇴 이후의 삶은 한 사람이 지나온 뒷모습을 보는 시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직 때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은퇴 이후 가치 있는 삶을 이어간 인물이다. 어려운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에 뛰어들어 기꺼이 망치를 들었다. 흑색종으로 수술을 받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90대 노정객은 봉사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다.
월급의 3분의 2를 기부하고, 관저 대신 시골집에서 다리 하나 잃은 강아지 밥을 챙겨주며 직접 트랙터를 운전한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난타전으로 커지며 정국을 달구고 있다.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 임기 이후 포석이라며 이것저것 들춰내고 있다. 청와대는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재단 설립에 관여한 몇몇을 빼고는 진실을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합리적인 의심은 해볼 수 있다. 일개 개인 재단에 재벌그룹이 수백억원을 자발적으로 모아 내놓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과 '비선 실세'로 통하는 최순실 씨가 거명되는 것도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다.
은퇴는 무엇이든 조금씩 비워가는 시간이다. 쉽지는 않지만 못할 일도 아니다. "진짜 가난한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무히카 대통령의 말이 오래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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