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은 24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이 막판에 가결쪽으로 유턴하면서 결국 가결됐다.
무기명으로 이뤄진 이번 표결에서는 총 170표 중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가 각각 나왔다. 가결 마지노선인 재적의 과반수인 151표를 비교적 여유있게 넘어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121명)과 국민의당(38명), 정의당(6명) 등 야3당 소속 의원들은 전원 참석해 표를 행사했다. 정세균 의장을 포함한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6명)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홍의락 의원만이 표결에 불참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가 '우리가 표 단속을 해보니 3~4명의 반대표가 나올 것 같다'고 그래서 '25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에서는 해임건의안 반대에 앞장서 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황주홍 의원을 비롯해 김종회·정인화 등 농해수위원 3명이 반대 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인다.
무효 3표는 기표 과정에서의 실수한 표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그 전망이 '안갯속'이었던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이날 가뿐하게 처리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당이 막판에 찬성 몰표를 몰아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지난 5일 더민주 및 정의당과 함께 김 장관 해임건의안 채택을 추진하기로 약속했지만, 지난 21일 의원총회 후 돌연 입장을 바꿔 당 차원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철회했다.
당시 의총에서는 황주홍 김종회 정인화 등 농해수위원들이 앞장서서 반대 의견을 개진했고, 그 외에도 반대 의견이 상당수 나왔다고 한다.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려면 국민의당에서 최소한 19표가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이 펼쳐지자 통과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대화를 위해 준 돈은 핵 개발 자금이 됐다" 등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으로 텃밭인 호남 정서 등 야권을 자극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이 야권의 의혹 제기를 정치 공세로 일축하는 모습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며 찬성 기류가 득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제 저도 광주에 다녀왔지만, 광주시민단체 대표들이 제게 '똑똑히 해라, 여소야대 모습을 보여라, 박 대통령이 저렇게 말씀하는데 왜 주저하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여기에 23일 해임건의안 처리를 앞두고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이 의도적으로 의사일정을 지연시키자 야권의 결집은 더욱 단단해졌다.
국민의당이 이날 대정부질문 도중 개최한 의총에서는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해임건의안 가결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어제 얘기 나온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주가 상당히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지금 이 상황에서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킬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비상대책위원장은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에 한 5명이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그분들도 의총이 끝난 후에 제게 당을 위해서 우리가 다 가(可)에 투표하기로 했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해임건의안 처리에서 드러난 우여곡절은 앞으로 야권공조의 험로를 예고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끝까지 가결 당론을 채택하지 않은 채 의원 개개인의 자유투표에 맡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국민의당의 '갈지자 행보'에 대한 뒷말도 당분간 여진을 낳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