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재수 해임건의안 국회 본회의 통과…헌정사상 6번째

현 정부들어 최초 장관 해임건의…靑 "해임건의 수용불가"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날짜 변경으로 인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는 차수변경을 통해 본회의를 다시 개회해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안 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날짜 변경으로 인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는 차수변경을 통해 본회의를 다시 개회해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안 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 건의안이 통과됐다. 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오늘(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70명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 기준인 151표를 9표 차로 넘겼다.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국민의당 의원 38명 가운데 최소 28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헌법상(제63조)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해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당초 야 3당의 합의안을 깨고 해임건의안 제출에 불참했던 국민의당이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장관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건 지난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임철호 농림부 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197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에 이어 헌정사상 6번째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벌써 4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의결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23일 새누리당 새누리당 의원들은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장관 등 국무위원들의 답변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회의를 지연시켰지만, 정세균 의장은 자정이 임박하자 곧바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언했고 24일 새벽 0시 20분쯤 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가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의 폭거에 짓밟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함께 정진석 원내대표는 해임 건의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날 표결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세균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저지른 헌정사상 유례없는 비열한 국회법 위반 날치기 처리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협치는 끝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모레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일정을 포함해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정 의장의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의 가결에도 "해임건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수용불가 사유로 ▷취임 한 달도 안 된 장관을 상대로 정치적 목적에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점 ▷거대 야당의 힘의 정치를 방치할 경우 국정이 마비된다는 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이 제기한 저금리 특혜대출 의혹 등 김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이 해소됐다는 점 등을 꼽았다. 만약 박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1987년 개헌 이래 '장관 퇴진'을 수용하지 않은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장관이 모두 물러났다.

한편, 김재수 장관은 지난 4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 장관후보에 대한 각종 도덕성 의혹에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야 3당은 그나마 인사청문회에서 '적격' 청문보고서를 채택한데다 장관 임명 후 별다른 과오가 드러나지 않은 조윤선 장관을 제외하고,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한을 제출했다. 김재수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재수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어머니가 10년 동안 빈곤계층으로 등록돼 2500만원이 넘는 의료비 혜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아파트 헐값전세와 특혜대출에 이은 헐값분양, 종합소득세 누락,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비리 종합백화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부적격' 판단이 내려졌다.

여기에 문제를 더욱 가중시킨 것은 자신의 대학 동문 커뮤니티에 국회 인사청문회 언론보도를 싸잡아 비난한 그의 행동이었다. 김 장관은 "이번 청문회과정서 온갖모함·음해·정치적공격이 있었다"며 "언론도 당사자의 해명은 전혀 듣지도않고 야당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으로 부임하면 그간 시실확인도하지않고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종편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시골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공격하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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