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를 찾는 인문교육, 인문도서 기부로부터] ②나누는 사회를 만드는 선순환의 시작, 인문도

나 한 권, 너 한 권 선물…아이들 인성이 쌓인다

지난 6월 화성장학문화재단이 대구 10개 학교에 인문도서 구입을 위한 기부금 전달식을 열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 6월 화성장학문화재단이 대구 10개 학교에 인문도서 구입을 위한 기부금 전달식을 열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30년 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우리의 아이들이 중년층으로 나라를 짊어지고 끌어나가게 될 무렵, 2046년의 대한민국은 흥(興)한민국으로 거듭나고 있을까, 졸부의 시민의식으로 인해 망(亡)한민국의 반열에 오를까. 우리 사회를 소소히 들여다보면, 어른과 아이, 고위층과 평범한 시민 할 것 없이 서로 기본적인 생활예절과 양심, 배려심이 없이 자신의 것만 탐하고 다투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 덕분에 얻은 경제적 풍요로움에 비해 인격과 의식은 미성숙하기 그지없다. 학교와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 역시 따뜻한 훈기보다는 냉기로, 서로 인정하기보다는 시기로, 나보다 나은 것은 본능적으로 깎아내리는 등 지독한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음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그 속도를 따라잡거나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혹은 흐름의 주도권을 쥐고자 쉴 틈 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은 물질과 환경뿐만 아니다. 기본적인 배려, 따뜻함을 안고 서로 대하는 문화, 기본 소양과 기본 의식 등이 나라를 지속적으로 견고히 할 수 있는 반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인문도서 기부 운동'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며 학생들이 여유와 사색을 즐기도록 하고 훈훈한 성장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이 같은 교육적인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데는 어른들의 책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대구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주고자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교육 기부의 선순환을 통해 지역사회와 인문교육을 함께 고민하고, 민관이 힘을 합쳐 지역의 아동을 지원하는 기부문화를 확산하고자 마련됐다.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는 지난해 4월 대구시교육청에서 지역 기관장과 단체장을 초청해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 선포식'을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선포식에 맞추어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앱)도 문을 열었다. 앱 개발에는 현직 초등교사가 재능 기부로 참여해 인문도서 기부 운동의 교육적 취지가 더욱 빛이 났다.

본격적으로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를 추진하기 시작한 뒤 주관 기관인 매일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단체인 대구시교육청과 NH대구농협을 시작으로 따뜻한 기부의 물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어 대구상공회의소 사회공헌위원회에서 1억6천600만원,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5천만원 등 큰 금액을 기탁했다. 지난해 12월까지 70여 개 기관에서 기탁한 인문도서 기금은 4억1천만원에 이른다.

올해도 인문도서 기부 물결은 끊어지지 않았다. 지난 6월에는 화성장학문화재단이 대구지역 10개교(초 5곳, 중 3곳, 고 2곳)를 대상으로 인문도서 기부금을 전달해 각 학교에 500만원씩 총 5천만원이 지원됐다.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인문도서 기부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70여 개 기관에서 기탁한 인문도서 기금은 4억원이 넘는다. 그중 학교에서 실시한 작은 기부 릴레이에 학생, 학부모, 교사가 참여해 학교자체 기탁금으로 형성한 금액도 8천만원을 훌쩍 넘었다. 일부 학교의 기부문화 우수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천초등학교(교장 김대영)는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를 초기에 정착시키고자 학부모의 참여를 독려했다. 학부모 대표자 회의, 가정통신문 등으로 학부모에게 기부 릴레이의 의미와 취지를 알렸다. 또 담임교사가 학부모의 참여 문의를 즉각 처리할 수 있도록 해 가정의 자발적 참여에 효율성을 더했다.

무엇보다 '행복나눔데이'라는 아나바다 바자회 형식의 학교 행사를 기획해 가정에서 학생, 학부모가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바자회로 형성한 수익금은 300여만원에 달해 학교는 이를 인문도서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유천초 관계자는 "현재 학교 도서관 사서 교사를 중심으로 인문학 도서 코너를 따로 마련해 인문학 책을 비치, 교과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인문도서를 통한 교육적 효과는 오롯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금포초등학교(교장 신재진)의 경우 인문도서 기부에 총동창회가 큰 힘을 실어줬다.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소규모 학교인 특성상 학부모가 곧 졸업생과 다름없어 졸업생과 재학생 간 애착이 높은 점이 기부에 큰 도움이 됐다.

동창회, 운동회가 열릴 때마다 학교장이 졸업생들에게 인문도서를 확충하는 데 보탬이 되어달라는 설명을 했다. 이에 동창회원들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져 학급 수에 비해 비교적 많은 기부금이 형성될 수 있었다.

금포초는 10여 년 전부터 이어진 독서교육 관련 저력이 있는 학교로, 현재 '금포반딧불 도서관'에는 양질의 책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도서관 야간 개방, 방학 중 독서캠프 등 교육 공동체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 독서교육에 매진해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가 시작된 뒤 많은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교직원의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져 큰 기금이 마련되는 등 인문 교육에 대한 교육 공동체의 관심이 뜨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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