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엽(55) LG히다찌 대표이사. 국내 대표적 전자회사인 LG와 100년 전통의 일본 최대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인 히타치의 합작회사 대표다. 공채 1기인 김 대표는 1986년 회사 창립 이듬해에 입사한 뒤 영업과 경영지원담당, 임원을 거쳐 지난해 사장에 오른 뒤 올해 창립 30주년 행사를 주도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축적된 경험과 100년이 넘는 글로벌기업의 선진기술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회안전분야 리더'로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온 그의 위기돌파력과 성실함이 말단 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르게 했다. 그의 성실함은 멈출 줄 모른다. 평일 회사일에 전념해온 그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토요일도 쉴 틈이 없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숭실대에서 IT정책경영학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국적과 이름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은 영원히 바꿀 수 없다'는 주변의 말에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다"며 "배움과 도전에는 끝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로부터 LG히다찌의 사업내용과 회사운영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어릴 적 가정형편은.
▶아버지가 교사로, 어머니가 구멍가게, 편물가게 등을 하면서 4남매를 키웠다. 하지만 내가 6살 때쯤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집안이 급속히 기울었다. 방 한 칸에 가족이 함께 지내기도 했다. 다행히 어머니가 운수업을 하는 외삼촌 회사의 구내식당 운영을 하면서 그나마 형편이 나아졌다.
-LG히다찌 입사 배경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민수전자, 무선통신, 전자재료, 산업공학, 전산 등 분야로 나뉘었는데, 그중에서 전산을 공부했다.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 4학년 때 금성사에 합격한 상황이었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취업시장이 넓었고, 특히 전자공학은 선택의 폭이 넓었다. 사회생활은 반드시 서울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터에 학과 사무실에서 서울 근무자만 뽑는 '금성히다찌시스템' 모집공고가 눈에 띄었다. 금성사와 한일합작회사인 금성히다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대구에서 초'중'고'대학까지 마친 뒤 결국 서울 근무를 위해 금성히다찌를 택했다.
-LG히다찌의 주요 사업분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통신(IT) 분야 사업이다. 금융분야에서 생체인증'간편결제'검사정보시스템, 공공분야 인프라의 정보시스템 통합구축(SI)과 유지'보수, 플랫폼 분야 데이터 보호 및 복구기술, 해외 SI와 솔루션 수출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은행 창구를 활용하지 않고 손가락 하나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지정맥 인증솔루션'의 시범 적용에 나서고 있다.
-지정맥 인증기술이란.
▶생체인증의 하나로, 손가락 정맥을 활용한 인증솔루션이다. 각자 고유한 손가락 내부의 정맥패턴을 추출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인데, 근적외선을 쏘면 헤모글로빈이 그것만 빨아들여 100% 본인 인증이 가능한 원리이다.
-지정맥 인증기술의 장점은.
▶현재 생체인증시스템은 지문, 홍채, 지정맥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스템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출입 확인이나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지문 인증은 위조가 쉽다. 홍채 인증도 위조가 가능하다. 지정맥 인증기술은 세포가 살아있는 상태여야 하기 때문에 위조나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안성과 사용상 편의 등 2가지 장점이 경쟁력이다.
-지정맥 인증의 적용 범위는.
▶보안성의 장점을 살려 금융거래, 대학교 출결, 경마장 마권 판매시스템 등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모든 금융거래에 적용하면 금융시스템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가격경쟁력이 낮다는 것이 흠이다. 현재 일부 금융권에 시범 적용하고 있고, 일부 대학에도 출결'도서대출'주요 시설 출입 등 전반에 대한 시스템 적용을 제안한 상황이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본인 인증을 통해 부정수급자 확인이 가능하다.
금융결제원이 오는 10월 말까지 생체인증에 대한 서버시스템을 갖추려고 한다. 이것이 제대로 정착되면 우리나라 금융 선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30년 근무하면서 느낀 보람은.
▶현재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IT)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과거에는 일본과의 격차가 컸다. 30년 전 일본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면 우리가 용역을 받아 실력을 키웠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거꾸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를 일본에 수출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금융회사인 손보재팬에 우리나라의 수십억원짜리 소프트웨어를 수출할 정도여서 뿌듯함을 느낀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금융권에 서로 돈을 빌려달라고 했지만, 현재는 금융권이 대출 세일즈를 할 정도다. 당시 일본의 은행에는 섭외사원이 있었다. 이때 일본 금융권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일본의 '정보계시스템' 개념을 국내에 도입했다. 조흥'상업'대동은행 등 상당수 금융권에 고객관리, 영업실적 계산 등 고객마인드를 갖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 우리 금융권은 일본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단계 성장을 했다. 이후 IMF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 시스템을 도입, 2단계 성장기를 맞은 셈이다.
KTX를 비롯한 국내 열차 운행관리 솔루션을 적용한 것도 성과이자 보람이다. 각기 다른 열차의 속도를 감안해 구간마다 어떤 열차는 보내고 어떤 열차는 정지시키는지 등 세밀한 열차 배치'관리시스템을 도입해놓았다.
-앞으로의 회사 운영방향은.
▶일본과의 합작회사이기 때문에 한일 간 서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요즘 경제적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이 같이 가는 협의체가 필요하다. 특히 빅데이터, 생체인증,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는 일본, 중국과 연계해 서로 윈윈해야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 또 국내에서 SI와 관련해서는 다른 회사와 경쟁도 하고, 분야에 따라 협력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회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회안전 분야, 생체인증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끌고 가겠다.
-정부에 바라는 IT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청년고용 문제가 화두다. 국내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IT 분야 등 국내 유휴 인력을 해외에 파견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이 해외 파견인력을 뽑아 배치할 경우 정부가 일정 정도의 메리트를 주는 프로그램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생활신조는.
▶마지막 보루가 되자는 것이다. 아무도 할 수 없고, 잘 하지도 않으려는 마지막 것은 내가 한다는 자세로 살아왔다. 남에게 해가 아니라 도움이 되는 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의 표본이 되는 삶과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어려운 일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위기대응능력이 생겼고, 이런 자세가 지금의 자리에 오도록 한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다 보면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인정받을 수 있다.
-젊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살다 보면 실패하고, 일의 방향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가치가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자신의 주관이나 소신, 가치관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본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면서 추진력을 발휘해야 후회나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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