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아지면서 교내외에서 이루어지는 비교과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학생이 원하는 전공 및 진로와 연관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교생활기록부를 차별화하는 것이 학교 현장은 물론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도 '필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학생, 학부모들은 연구 기관, 대학 등 기관 탐방, 교외 봉사활동 등 조금이라도 참신한 체험활동 기회를 잡아보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교육청, 학교 프로그램이 아닌 학부모의 배경에 따라 학생 활동 영역의 편차가 크고, 지역 체험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일부 학생, 학부모의 불만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비교과활동의 현실 등을 살펴봤다.
◆부모 인맥=학생 스펙?
대구의 한 대학교 교수인 박모(55) 씨는 최근 난감한 경험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자녀가 속한 교내 동아리 학생들이 지역의 한 연구기관을 탐방하려는데 자신이 겨우 징검다리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동아리의 외부 활동 특성상 담당 교사가 동행하기는 했지만 탐방 섭외, 방문 일정 조율 등은 학생들이 스스로 해야 했다. 하지만 기관의 탐탁지 않은 반응으로 섭외에 어려움을 겪은 박 씨의 자녀 및 친구들은 부모들에게 'SOS'를 요청했다. 이에 박 씨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겨우 탐방 부탁을 할 수 있었다. 박 씨는 "자녀가 부모의 도움을 구하면서까지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물밑으로 도와주지 않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며 "학생들이 순수하게 본인들의 힘으로 기관 섭외,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지역 기관 간 협의 등 기본적인 체계가 마련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비교과활동이 학부모의 역량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교육 당국이나 학교의 시스템이 아닌 학부모의 '배경'에 따라 학생들의 체험활동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비교과활동은 창의적체험활동 시간 등을 이용해 동아리, 봉사활동 등으로 채워진다. 일부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해 떠나는 탐방, 견학 등 교외활동은 주말이나 방과후시간 등을 이용해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관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부모가 나서는 때도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손모(52) 씨는 "학생들이 동아리 계획서를 제출하고 활동 사항을 기입하는 등 서류상으로는 어른들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지만 부모의 도움으로 체험활동처 섭외 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체험처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대구 북구의 A고등학교 관계자는 "봉사활동의 경우 학생 개인이 원하는 진로와 관련된 봉사를 하면 좋지만 개별 동아리가 아닌 학교 차원에서 펼치는 봉사활동은 휴지줍기, 교실 청소 등 단순한 것이 많다"며 "학생들이 대거 방문해 펼치는 봉사활동을 반기는 곳이 별로 없기도 하다"고 했다.
◆형식적인 '창의적체험활동' 시간
교육부는 기존 비교과활동으로 마련된 재량활동, 특별활동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 지난 2011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창의적체험활동'을 도입했다.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네 가지 영역을 적절히 구성해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체험학습, 진로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비교과활동을 부각할 수 있는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충실히 보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담당 교사가 활동 상황을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창의적체험활동 과정을 프로그램에 기입해 고입, 대입 자료로 활용하도록 한 '에듀팟' 역시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컴퓨터, 스마트폰을 쓸 기회가 없고 방과후에는 학원 일정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별도의 기록 시간을 주지 않는 이상 프로그램 사용은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대구 특화산업 진로체험' 학교 부담 극복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최근 지역 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다양한 진로체험 프로그램 '대구 특화산업 진로체험'을 마련했다.
학교와 지역사회 간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단순 활동 및 일회성 행사 위주가 아닌 직업과 연계한 역동적인 활동을 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섬유'패션, 한방, 뮤지컬, IT'부품, 그린에너지 등 5가지 분야의 진로 체험으로 구성해 일반적인 진로 체험 프로그램과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립대구과학관, 섬유박물관 등의 기관을 비롯해 지역 대학, 극단 등과 협약을 거쳐 모두 105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3개월간 3천 명이 넘는다.
각 학교에서는 체험처별로 진로 체험 담당자의 연락처까지 상세히 안내된 자료를 받아보게 된다. 또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학생, 교사가 작성한 활동지를 참고해 체험활동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대구 특화산업 진로체험' 예약을 위해 마련된 별도의 시스템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만큼 체험활동 기획, 일정 조율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 눈높이에 맞게 역할극, 미션, 조별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만큼 흥미로운 체험활동이 될 것이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