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전력이 전부인데 다른 팀들은 달라요."
올해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조용히 뱉은 말이다. 시범경기에서 1위에 올랐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주축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다 박석민, 야마이코 나바로의 이적으로 생긴 공백 등으로 전력이 약화했다는 걸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우에 그치지 않았다. 삼성은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물며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최근 류 감독은 "올 시즌 후엔 선수 개개인이 근력 강화 등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더 신경을 써 부상을 예방해야 한다. 누가 팀을 이끌던 대체 자원을 키우는 데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까지 정규 시즌 5연패라는 위업을 달성, 올 시즌 후 재계약이 당연시됐으나 올해 팀 성적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책임론에 휩싸여 있다.
류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2011년부터 삼성 지휘봉을 잡았고, 2013년 말 3년간 총액 21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에 재계약했다. 류 감독은 팀이 가진 전력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령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이때만 해도 그가 삼성을 몇 년 더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줄곧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류 감독을 보는 시선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그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약화한 팀 전력을 재건하는 데는 류 감독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야구 관계자 A씨는 "류 감독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을 갖고 싸우는 데 능숙한데 현재 삼성은 새로운 얼굴을 발굴, 육성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이 팀을 완전히 개편하려면 당연히 사령탑을 바꾸는 일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삼성의 성과를 두고 류 감독에게만 모든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선수단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등 연속 우승 과정에서 쌓인 후유증이 드러난 데다 해외 원정 도박 파문,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 등 각종 악재가 겹친 탓이 더 크다는 것이다.
야구 해설위원 B씨는 "팀 성적이 좋을 때는 우수한 선수들 덕분이라 하고, 못할 때는 감독의 능력이 문제라는 건 비논리적"이라며 "류 감독이 이룬 업적을 생각하면 팀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게 당연하다. 그 역시 올 시즌을 겪으면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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