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허접한 해임건의안

호남세 농림부 수장 TK 김재수 장관

청문회 3대 의혹 등 해명, 문제 안돼

세월호법 등과 딜 안되자 강경모드

경북 영양 촌놈으로 '가난한 인재들의 대학'으로 소문난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재수 장관이 '호남 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직에서 심하게 흔들리면서 정국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야(巨野) 3당은 김 장관의 '저금리 대출 의혹', '황제 전세', '모친의 빈곤층 의료혜택 문제'를 거론하며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신제가에 실패한 인물이라며 기어코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김 장관에게 덧씌워진 낙인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 의원의 엉터리 지적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노출됐다. 이는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블로그에서도 확인된다.

황 의원은 "청문회 때 제기된 김 장관 의혹 3가지 중 2가지(황제 전세, 모친 빈곤의료혜택)는 완전 해소됐는데도 야당이 해임을 건의한 것은 사실관계 확인 미흡인 동시에 정치적 공세"라고 혹평했다.

기실, 김 장관이 문제가 된 경기도 용인 수지아파트(88평)를 1억9천만원에 전세를 든 것은 채권보전액(집 담보대출 7억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싼 전세가는 주변에 빈집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집주인은 증언했다. 야당 의원의 억지와 사실을 말하는 시민의 담담함이 대조를 이루며 여론의 향배를 잘 보여준다.

여덟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친모와 생이별을 했던 김 장관의 아픈 가족사도 '노모 빈곤의료혜택' 논란에서 다 까발려졌다. 마지막 의혹인 대출금리 특혜 역시 사실과 거리가 있다. 김 장관은 시중금리가 8%대이던 시절 6.61%로 대출받았는데도, 야당은 앞뒤 다 자르고 지금의 대출금리를 짜깁기해대며 특혜를 챙겼다고 몰아붙였다. 야대(野大) 국회로 기회를 잡자 겁날 게 없어진 야당이 집권의 본산인 TK 출신 김 장관의 낙마를 겨냥한 악성 갑질 여론몰이였다.

캐봤자, 김 장관은 국무위원 평균 재산(18억5천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30년 공직생활에 그 정도라면 상식적으로 청렴한 기운이 느껴진다. 거기에 아이디어맨으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밀어붙이니, 아무리 1980년대 이후 농림부장관의 절대다수(25명 중 17명)가 호남 출신이라고 해도, 김 장관을 몰아낼 명분이 없다.

김 장관이 야당의 해임건의안 독화살을 맞게 된 이유는 딴 데 있다. "나라가 위기에 놓여 있는 비상시국에 굳이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박 대통령이 말하자마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해답이 있다.

페북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농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세월호법'어버이연합청문회와 협상하자 제안했다"고 썼다. 말하자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지 않을 테니 세월호법'어버이연합청문회를 받으라고 딜을 시도했다는 뜻이다. 그전에도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지 않을 테니까 세월호특별법을 좀 (처리)해달라"고 얘기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절차를 제대로 밟지도 않고, 여당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농림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처리해 나팔수 역할을 했다. 참 허접하다.

결국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처리 혹은 세월호 청문회를 목적으로 김 장관 해임건의안 카드를 내밀었으나 실패한데다, 김 장관이 청문회 이전에 경북대 동문 커뮤니티에서 '지방대 출신에 흙수저라 무시당했다'고 토로한 게 거대 야당의 코털을 건드린 셈이다.

김 장관은 시쳇말로 재수 더럽게 없다. 정치적 희생양을 요구받고 있으나 고려할 필요가 없다. 제대로 된 야당이라면, 김 장관의 농림부 수장으로서의 그릇이 되는지 않는지를 따져야지, 턱도 없는 세월호법 등과 협상하다가 거절당하자 해임건의안으로 분풀이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김 장관은 계속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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