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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지속 가능한 '문화교류'

인류학의 아버지 E.B 타일러는 '문화'란 인간이 사회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 정의했다. 인류의 힘으로 이뤄놓은 양식을 총칭한다. 현대사회에서 '문화'와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교류'다. 이 단어는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확산되는 특성을 지닌다. 한 지역에서 형성된 문화적 토양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가치를 지향한다. '문화교류'는 이러한 이질적 문화의 상호이해를 촉진하는 활동이다.

최근 추진된 대표적인 교류행사로는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지정하여 문화예술 분야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총 460여 건의 공식인증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양국에 1년 동안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경험을 주었으며, 행사를 통해 지난 1년간 프랑스 내에서 나온 한국 문화예술 관련 기사는 2천 건이 넘고, 프랑스 인구의 3.5%인 230만 명이 한국 문화예술을 접했다는 보고도 있다.

필자는 지금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다시 방문 중이다. 올 초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이 있었으며 그 후속 문화사절단으로 한국과 이란의 문화교류 증진을 위한 '한국과 이란 문화로 하나되기' 행사의 일환으로 'DNA of Coreanity'라는 제목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다가올 '2017 한-이란 문화교류의 해'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남관, 이성자, 한묵, 김봉태, 서세옥, 이세득 작가는 6'25전쟁 이후 한국 미술의 현대화 과도기에 활동했던 대표적인 원로 작가들이다. 한국 전통 색채인 오방색, 원시적이고 향토적인 색채, 한국 전통 사상에 영향을 미친 도교사상, 한국 전통 수묵화의 현대적 해석, 서구 모더니즘의 수용 등에 대한 모색을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이어 김근중, 신성희, 구본창, 김선두, 홍지윤, 권기수, 이이남, 임현락 작가는 중진작가들로 동양의 정신성, 6'25전쟁, 전통에 대한 고착화된 해석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되 현대인으로서 작가 개인의 삶과 고뇌를 적극 투영하였으며, 풍요로워진 시대를 반영하듯 사진, 비디오, PET, 디지털 프린트, 풍선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실험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란인들에게 한옥, 한복, 한식, 태권도 등을 통하여 전달할 수 있는 물리적인 경험도 유의미하나, 한국인의 문화적 공감대와 의식이 녹아있는 공연이나 미술작품 등 은유화된 '미적 형태'를 통해 '한국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창의적인 부가가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선진국형 교류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충분한 시간과 지속 가능한 교류 방법에 대한 사전 연구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보여주기식 단발성 전시 행정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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