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 수는 2011년 698만6천853명에서 2015년 609만7천297명으로 줄었다. 해마다 약 20만 명씩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국제 결혼과 외국인 근로자 이주 등으로 다문화 학생은 2011년 3만8천678명에서 2016년 9만9천186명으로 늘었다. 매년 1만 명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다문화 학생 비율은 1.7%에 달한다.
대구는 2012년 1천217명이던 다문화 학생이 2016년에는 2천914명으로 4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경북은 2012년 2천770명이던 다문화 학생이 올해는 6천578명이 됐다. 전체 학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이 2%를 차지한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안에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은 '결혼이주여성 정착 지원'이 주를 이루었다.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고, 컴퓨터나 운전면허증 취득과 취업을 돕는 등 한국 사회 적응과 연착륙을 지향하는 것이다. 다문화 학생 숫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가 정책은 여전히 한국어 교육, 장학금 지급 등 다문화가족의 '한국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서 사는 한 한국어에 능통해야 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부모 중 한쪽이 외국인인 사람이 아무리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문화를 잘 알아도 '토종 한국인'과 똑같을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화'하려고 애쓰면 쓸수록 그들을 '이방인'으로 내모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닮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중에 불쑥 나타나는 차이에 더 큰 절망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이 '혼혈인의 한국화'에 집중되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높은 배타성'에서 기인한다. 세계가치관 조사협회가 2010~201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이 조사 대상 59개국 가운데 51위였다.
다문화 아이들의 부모는 한국 사회에서 대체로 사회적 약자다. 예외도 있겠지만 다문화 가정을 꾸리는 한국인 아버지들의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평균 한국인 아버지에 비해 떨어진다. 외국인 어머니의 경우 언어 장벽이라는 절대적 곤란에 직면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출발부터 불리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을 '한국적 기준에 맞추려는 노력'은 그들을 낙오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에 따르면 해마다 수백 명의 다문화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며, 2014년 현재 학업 중단율은 1%(6만7천806명 중 678명)에 이른다. 교육에서 소외되고 사회에서 이방인이 된 아이들이 한국 사회를 건전한 눈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정에서는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가 결혼을 했는데, 여자만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절대적이다. 사정이 그러니 자녀 역시 어머니 나라를 배우거나 이해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피부 색깔이 다르고 말이 어눌한 어머니를 부끄럽게 여겨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하고, 어머니 나라를 비천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한 아이의 인생에 '태생적 낙인'을 찍는 행위다. 그런 아이가 반듯하고 성실한 시민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다문화 가족에 대한 교육과 정책은 '한국화'가 아니라 말 그대로 '다문화화'이어야 한다. 지금 그대로 자신이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음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전통과 문화뿐만 아니라 어머니 나라의 찬란한 문화와 역동적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자면 한국인 남편이 아내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아끼고, 그 언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가 정책 또한 그런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한국화를 고집할 경우 낙오자로 전락할 위험이 크지만, 두 언어와 두 문화에 능숙한 인재로 키울 경우 훌륭한 '국제인'으로 양성할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을 보살피고 지원하는 정책보다 자부심을 심어주는 정책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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