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심포지온

심포지엄은 특정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발표하고 청중의 질문에 답하는 학술 토론회를 말한다. 라틴어 용어인 심포지엄은 원래 고대 그리스의 연회 전통인 '심포지온'(symposion)에서 비롯된 말이다. 기원전 7세기 무렵 처음 문헌에 등장하는데 심포지온은 남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일종의 술 파티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통상 식사를 뜻하는 '데이프논'(deipnon)이 끝나면 사교 목적의 술자리를 마련했다. 포도주와 물을 섞은 음료가 심포지온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포도주에 물을 섞어 마신 이유는 문명인과 야만인을 구분하는 당시의 관습 때문이다. 정해진 주제를 놓고 대화하고 음악과 춤, 연극 등을 감상했는데 대개의 경우 모두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으로 파티를 마무리했다고 기록에 나온다.

오늘날에도 심포지온의 맥이 남아 있다. 학술 토론회로 성격이 바뀐 심포지엄은 별개로 치더라도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남성만의 사교 술자리는 하나의 전통처럼 굳어졌다. 고대 그리스처럼 엄격한 형식과 정치'철학 등 고상한 대화는 몰라도 독한 술은 빠지지 않는다. 좀 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술자리인 향연이나 회식은 굳이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만국 공통사항이다.

일명 '김영란법'이 오늘부터 시행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만도 40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법 시행을 앞두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질의한 것 중 가장 흔한 것이 식사와 관련된 대목이다.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이면 허용한다'는 단서 조항에도 '3-5-10'(식사비 3만,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 조항의 실제 적용을 놓고 궁금증이 크다는 말이다.

참석자 모두 똑같이 'n분의 1'로 나누는 더치페이가 제일 무난한 방법이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식사모임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 계모임마저도 어떻게 비용을 계산할지 신경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당분간 어느 회식 모임이든 밥값'술값 계산할 때 혼선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대가성이나 부정청탁, 향응을 아예 지우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김영란법이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물 섞은 포도주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우리 시대의 새로운 심포지온 전통을 만든다면 이 입법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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