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작품을 연출하고 있다. 매일매일 너무나 사랑하는 동료들과 웃고 화내고 설득했다가 설득당하기도 하고 좌절을 겪었다 성취감을 겪었다 하면서. 당분간 한국을 떠나있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하는 마지막 뮤지컬이 될 예정이다.
작품을 준비할 때면 너무 지치고 힘든 날도 있고 어떤 날엔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자괴감에 빠지는 날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완벽을 추구하는 일엔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소심한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 보이는 일을 선택했을까?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림 그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던 나. 예술가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들었던 음악 소리는 나를 태어날 때부터 예술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했다. 예술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새가 나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날게 되는 것과 같이. 씨앗이 뿌리내린 자리에 꽃이 돋아나는 것과 같이 당연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존재 자체가 흔들리고 때로는 너무 많이 아파야 했다. 척박한 세상은 꿈꾸는 예술가를 게으른 베짱이 취급하고, 예술을 사랑한다 말하면서 예술가를 딴따라 혹은 허울 좋은 백수쯤으로 생각하니까. 그래도 나는 늘 이 자리에 있었다. 무엇을 기똥차게 잘 해내지 못했을지라도. 아직 업적을 이룬 훌륭한 예술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했을지라도.
초등학교 때 시인이 되고 싶어 시를 쓰고 친구들과 소설을 주고받던 아이는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뮤지컬 배우도 되었다가 대본을 쓰고 지금은 연출을 하고 있다. 그동안 '매일춘추'에 글을 쓰며 그동안 내가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를 또 완성할 수 있었다.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내 이야기를 누군가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진정 원하는 삶을 나의 선택으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뒤돌아보면 너무나 엉망진창 뒤죽박죽 들쑥날쑥할지라도 그 길은 내가 선택해 걸어온 길이기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너무나 젊은 청년이다. 나는 예술가로 태어났고 예술가로 살아가길 원한다.
뮤지컬 '기적소리'가 오는 10월 4일부터 7일까지 대덕문화전당 무대에 오른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EG뮤지컬컴퍼니 식구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 EG뮤지컬답게, 나답게,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무대를 통해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나는 자신 있다. 그리고 막이 내리면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나 날아갈 것이다. 내 삶의 더 큰 무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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