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방으로 잡는 건강] 지진과 불안장애

추석을 며칠 앞두고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전 국민이 크게 놀랐다. 그동안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우리나라에서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터라 추가 지진 발생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진앙인 경주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공포감을 느낀 시민들이 많았다. 특히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건물이 많이 흔들리면서 극심한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이런 공포감을 겪은 후에 지속해서 불안감을 느끼거나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세로 불편을 겪는 이들도 흔히 보게 된다. 어느 정도의 불안감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불편한 정도가 심하거나 지속기간이 길어진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처럼 강한 외부 충격에 의한 급성 스트레스 장애나 기존에 갖고 있던 불안, 지나친 긴장 등의 정서적인 문제를 한의학에서는 '심장'(心臟)과 '담'(膽)의 기능 이상으로 이해한다.

한의학에서 심장은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는 고유의 펌프 기능 외에도 '신명'(神明)이라 일컫는 모든 정신 기능을 통괄하는 장기로 본다. 이 때문에 심장은 오장육부 중 한자어에서 유일하게 '육달월'(肉-月) 자가 들어가지 않으며 '마음 심'(心) 자를 이름으로 갖고 있다.

'담'(膽)도 '간'(肝)과 협조 관계로 소화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 외에 결단력을 주관하는 기능을 겸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한의학적인 생리 현상에 근거해 '담력'(膽力)이라는 용어도 쓰이고 있으며, 겁이 없고 용맹한 면을 가리켜 '담대'(膽大)하다는 얘기도 하게 된다.

한의학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큰 사고나 사건과 맞닥뜨리면 심장과 담의 정상적인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이런 경우 소심해지고 담력이 약해져 자꾸 불안감을 느끼게 되며 이런 상황을 가리켜 '심담허겁'(心膽虛怯)이라고 말한다.

'심담허겁'의 상황에 놓이면 늘 마음이 불안하고 담력이 약해져 안절부절못하는 등의 정신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서양의학의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나 '불안 장애' '공황 장애' 등의 증상과 유사하다. 정상적인 '기'(氣)의 흐름에 장애가 발생하고 정상적인 생리활동에 관여하는 '화'(火)의 조절 기능에도 문제가 생겨 다양한 신경정신 계통의 장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진과 같이 미리 예측하기 어렵고, 경험하지 못했던 천재지변을 겪는 경우에는 이러한 정신적인 불균형 상태에 도달하기 쉽다. 이러한 정신적인 불균형 상태를 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이후 정신적인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실제 치료에서는 침이나 부항 등으로 경락 기능을 활성화해 변조된 기의 흐름을 정상화시키고 화를 조절하면 다양한 불안장애로 인한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정도에 따라서는 귀비탕이나 온담탕 등 다양한 한약 처방으로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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