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동네 의뜸 의사] 백현우 영주 백현우외과의원 원장

"똑같은 약도 마음 으로 주면 '명의' 소리 듣죠"

세 번째 시도 만에 겨우 연락이 닿은 백현우(52) 백현우외과의원(영주시 하망동) 원장은 합창 연습에 한창이었다. 다음 달 1일 열리는 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2년 전 가입한 청량사 '둥근소리 합창단'에서 베이스 파트장을 맡고 있다. 수화기 너머, 다소 빠른 듯한 그의 말투에는 친근함이 묻어났다.

만나서도 그랬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부리나케 병원 밖으로 뛰어나왔다. 거리 맞은편에서 오던 할머니들이 눈을 찡긋거리고,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했다. 진료를 받으러 온 노인 환자는 병원 현관부터 "그거 있잖아, 그거. 나 그 약 좀 줘"라며 소리를 쳤다. 어린 환자와 마주 앉은 백 원장도 "오랜만에 왔네. 어디 아프노? 시험은 쳤나?" 라고 물었다. "저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냥 동네 아저씨죠. 내가 그랬어요. 돌팔이라고. 하하."

◆그냥 숨김없이, 편하게 동네 아저씨처럼

경주 산내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고교'대학교 시절을 보낸 백 원장에게 영주는 낯설고 물 선 땅이었다. 그가 1997년 영주기독병원 외과과장으로 오기 전까지 영주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었다. "사실 칼잡이(외과의사)는 칼을 잡는 게 매력이잖아요. 그래서 대학에 남으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요." 군의관을 전역할 무렵 영주기독병원에 있던 대학 동기가 자리를 물려줬고, 2년 뒤인 1999년 그도 영주시 하망동에 개원했다.

개원은 했지만 찾아오는 환자가 없었다. 하루에 환자가 10명도 안 되는 날도 많았다. "정말 망할 뻔했어요. 3년 동안 환자가 하루에 30명을 넘긴 적이 없었어요. 다행히 크게 투자를 하지 않았고, 월급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버텼죠. 힘들었어요."

금방이라도 문을 닫을 것 같던 병원은 입소문을 타며 서서히 살아났다. 그는 지금도 노인들이 선호하는 물리치료나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친근한 그의 태도도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금은 환자 차트번호가 5만5천 번까지 왔어요. 영주시 인구가 11만 명 정도 되니까 영주 사람 절반은 한 번쯤 우리 병원에 온 셈이네요."

터를 잡은 지 17년째. 이젠 환자 얼굴만 봐도 어디 사는 누군지, 아픈 곳은 어디인지 짐작할 정도가 됐다. "어떤 환자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대답을 안 해요. '그걸 맞혀야 의사지'라면서요. 대뜸 '할매 돈 떼였제?'라고 물으면 '아이고, 그걸 우째 알았노' 그래요. 똑같은 약을 줘도 마음을 실어서 주면 '명의' 소리를 듣는 거예요."

◆색소폰 연주하는 마당발 의사

백 원장은 바쁜 사람이다. 다양한 취미와 봉사활동, 특유의 친화력 덕분이다. 백 원장은 '망하기 일보 직전'일 정도로 환자가 없자 밖으로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로당과 주부대학, 학교를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시작했다. 2009년 지인의 소개로 색소폰을 접한 그는 매일 2시간씩 입술이 부르트도록 연습에 매달렸고, 2년 뒤 색소폰을 메고 경로당을 찾아나섰다.

봉사활동은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난데없이 기다리게 된 환자들의 불평이 쏟아졌지만 봉사활동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불만도 잦아들었다. 지금까지 방문한 경로당은 50여 곳. 올해도 이미 19차례나 연주 봉사를 다녔다.

이 밖에도 드림스타트 저소득층 아동 의료지원과 새터민 정착을 위한 후원 및 의료지원, 지역민 대상 건강관련 특강, 경찰서 직원 보건교육, 기업체 대상 건강실천 교육 등을 한다. 공동체 라디오인 영주FM에서는 매주 월요일마다 '선비골 메아리'라는 칼럼을 5년째 진행 중이다. 탁구와 배드민턴 동호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맡고 있는 직함도 많다. 영주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 위원장, 다문화건강가정지원센터 운영위원, 청소년아카데미 운영위원, 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 판정위원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때로는 입바른 소리에 미운털이 박히기도 하고, 뒤통수를 맞는 경험도 있었지만 그는 다 웃어넘겼다. "처음에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어디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 돈에 욕심이 없느냐 등 온갖 소리를 들었어요. 아, 합창단 활동하는 건 아내에게 아직 얘기 안 했는데…. 또 일을 벌이느냐고 혼날까 봐. 하하."

그는 스스로를 '사람 부자'라고 했다. 또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즐겁게 살 수 있잖아요. 은퇴하더라도 영주는 안 떠날 겁니다."

♣백현우 원장

1964년 경주시 산내면 출생. 대구 영신고, 계명대 의과대 대학원. 영주기독병원 외과과장, 백현우외과의원 원장. 제17회 영주시민대상 봉사 및 효행 분야 수상(2013), 경북도의사회 봉사상 수상(2014), 자랑스러운 경북도민상 수상(2015), 모범 납세자상 수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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