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 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 150여 명이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경주 시민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 원전사고'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규모 5.8 지진 후 어제 다시 규모 3.1 여진까지, 계속되는 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경주 시민들의 공포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지진으로 월성원전 1호기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지진 당시 원자로 건물 기초 바닥이 받은 최대 중력가속도(g)가 0.0958에 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인근 2~4호기에 설치된 지진계 측정값 0.0583의 1.6배에 이른 것이다. 이는 1호기의 부지 암반이 2~4호기에 비해 약하다는 방증이다. 그만큼 지진 발생 시 위험도가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일본의 지진 전문가인 가사하라 교수는 3~4개월 내 더한 지진 가능성을 경고했다. 보름 전 지진이 전조 현상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는 기상청의 발표와 상반되는 주장이다. 근거로 남북 방향뿐만 아니라 동서 방향으로 활성단층의 존재 가능성을 들었다. 경주 부근에서 남북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이 아닌 또 다른 동서 단층에서 강력한 본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섬뜩한 주장이다.
물론 시위에 나선 시민 우려나 학자의 경고는 그야말로 기우에 그칠 수 있다. 설혹 그렇더라도 이제 한반도에서 지진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게 됐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굳어졌고,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 활성단층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시비의 여지가 없게 됐다. 그냥 더 이상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한반도의 지진은 원전과 연결되며 공포를 키웠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나 러시아의 체르노빌 같은 사태가 한 번만 발생해도 좁은 한반도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다. 지진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이에 따른 재앙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노후 원전 1호기의 폐쇄 목소리는 결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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