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한상 전 안동문화원장 "하회마을 온 주한 美 부대사가 하회탈을 세계에 알렸지"

1964년 국보 지정 위해 주민 설득 "신도청에 하회탈보존관 있었으면"

"이렇게 다 모인 걸 보는 게 나도 20년 만이지, 아마. 전엔 숱하게 만지고 봤지. 이번엔 아직 못 봤어."

망백 노인의 눈가가 그렁했다. 20년 전에 본 것도 유리 너머였다. 마주해 결을 느낀 건 50년도 넘었다.

류한상(92) 전 안동문화원장은 하회탈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하회탈을 떠나보낸 사람으로 남았다.

"주한 미국 부대사(그레고리 헨더슨을 지칭, 실제로는 부영사)가 하회마을에 왔었어. 그 사람한테 하회탈을 소개했는데 문화담당관(아서 맥타갓을 지칭)을 이틀 뒤에 보내더라고. 이 사람이 보고서를 발표해서 하회탈이 세계에 알려진 거지."

하회탈이 국보 121호가 되던 1964년, 40세의 류한상은 하회마을 주민들을 설득했다.

"정부에서 탈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보로 지정한 것이다. 정부가 마을에 탈을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을 지어주겠다고 했다"며.

탈을 돌려달라고 하회마을 주민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선 것은 1972년 10월이었다.

"오랜 세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탈을 동사(洞祠'마을의 신성한 공간)에 모시고 매년 정월 별신굿놀이를 위해 탈을 꺼내 써왔는데 문화재관리국에서 민속연구자료로 필요하니 잠시 빌려 달라면서 갖고 갔지."

하회마을이 '모셔온' 탈이었다. 일부 마을 주민들은 탈을 빼앗긴 탓에 흉사가 생기면 탈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류 전 원장은 그때마다 죄인이 됐다.

그러고 또 지난 세월이 45년이다. 정부에서 그간 잘 보존해 줘 고마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이 오랜 기간 본래 자리를 떠나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건 방범 문제다. 신도청 청사가 하회마을과 지척이다. 청사 인근에 하회탈보존관을 만들면 좋지 않겠나."

1964년 정부의 숙제를 2016년 정부가 풀어달라는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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