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 30분.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 옆에 마련된 의원 전용 화장실에서 한 국회의원이 양치질을 했다. 오찬 이후 입에 남은 음식을 깨끗하게 씻어내며 오후 질의를 준비하려던 참이었다. 양치질을 마친 의원은 칫솔과 치약을 세면 가방에 차곡차곡 담았다. 양치 도구를 챙기지 못한 의원들은 휴게실에서 껌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예년 같으면 국감장 옆에는 의원 전용 화장실이 마련되고 일회용 세면도구들이 비치돼 감사위원들이 마음 놓고 이용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피감기관이 감사위원들에게 일체의 물품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세면도구를 직접 챙겨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감사위원들의 식사도 마찬가지. 세종시를 찾은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인근의 저가 식당을 이용했다. 국무위원을 비롯한 고위공무원들은 1만원 내외의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식사 장소도 피감기관과 감사위원들 간 거리를 뒀다. 같은 날 열린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구내식당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은 휴게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관례대로라면 피감기관이 감사위원의 식사를 준비했지만 이번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식사비를 각자 부담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장소에서 식사하는 것도 금지했다"고 말했다.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음식 끝에 맘이 상하기 마련이다. 피감기관인 공직자들은 세종시까지 감사하러 달려온 감사위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는 물론 차와 다과조차 대접하지 못하게 되자 감사위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정부에 대한 흠집 찾기에 혈안인 야당 의원들만 참석하고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우군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해법은 철저한 준비와 돈이 들지 않는 의전에 집중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 피감기관 수장들은 이미 '자료 제출 등 국회의원실에서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 예년보다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해 놓았다. 안내와 질의'대답 과정에서 감사위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고위공무원은 "관행처럼 해 오던 식사대접과 의전을 이번에는 금지하도록 했으니 다른 쪽에서 감사위원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 착실히 준비하고 대답하면서 진정성을 보여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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