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포항에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대가 열렸다.
'꿈의 빛'이라 불리는 4세대 가속기는 노벨상 하나 없는 대한민국 과학기술계가 손꼽아 기다려온 최첨단 연구 장비다. 신약 개발의 핵심인 인체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해 차세대 바이오 혁명을 선도하고, 반도체 분야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등 주력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포항에 4세대 가속기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 국내외 바이오 기업과 대형 임상병원, 국제의학연구소 등이 몰려오는 등 경북발 가속기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어떤 시설?
4세대 가속기는 상상 그 이상의 첨단과학 시설이다. 우선 거대하다. 포항 남구 지곡동 포스텍 내 4세대 가속기 시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단층 건물이다. 길이 1.1㎞(높이 3m)의 가속기 시설을 두께 2m의 콘크리트 터널이 감싸고 있다. 전체 부지 넓이는 12만620㎡로, 축구장 면적의 50배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사업비 4천298억원을 투입해 4세대 가속기 공사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덤프트럭 12만 대 분량의 흙을 퍼냈다.
엄청난 정밀도 역시 자랑거리다. 길이 710m에 이르는 가속장치를 지나는 동안 전자의 궤도 정밀도는 초극정밀도인 2㎛(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를 기록한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40분의 1 수준이다.
길이 1.1㎞에 이르는 건물의 바닥 높이 오차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두께보다 더 얇은 ±5㎜에 불과하다. 또 부피가 1만5천㎥에 이르는 삽입장치 건물 내부의 온도를 25℃에서 ±0.1도 이내로 균일하게 유지한다.
◆어떻게 활용되나?
방사광가속기는 원자, 분자 수준의 근원적 구조를 규명할 수 있는 장치로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의 구조를 볼 수 있는 최첨단 거대 현미경이라 정의할 수 있다.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태양빛의 100경배(10의 18승) 밝기로 1천조분의 1초에 이르는 찰나의 순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다.
이 같은 방사광가속기 활용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개발 등 최근 노벨 물리학상의 20% 이상이 가속기를 활용한 연구에서 나왔을 정도다.
특히 바이오'신약 분야 경우 전에 볼 수 없었던 살아 있는 세포와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는 데 쓸 수 있다. 치매'당뇨'유전자 손상'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항암'항바이러스제, 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등의 개발, 생체모방기술과 의약품 복합체 연구 등에 두루 적용할 수 있다. 또 광합성 현상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인공 광합성' 연구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 IT'반도체 소자산업, 의료 분야 등 다양한 산업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어떤 효과 낼까?
4세대 가속기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국내외 기업 유치 효과가 벌써 가시화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4세대 가속기를 건설, 시운전에 착수한 지 2개월 만인 지난 6월 14일 'X-선 자유전자 레이저' 관측에 성공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연말 마지막 성능 검증에 성공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사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사업운전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바이오기업 및 제약 연구소의 참여 의사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세계 5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등 해외 바이오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스위스의 4세대 가속기인 'FEL'도 공동연구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또 포스텍과 국내 바이오 벤처의 선두주자인 제넥신이 합자회사(SL-Postech)를 설립,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개발과 제품 신뢰성 확보를 목표로 4세대 가속기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경북도는 스위스 바젤 등을 벤치마킹해 4세대 가속기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신약단지 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8월 열린 '2차 과학기술 전략회의'에서 바이오신약을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선정, 이 같은 가속기 기반 신약 프로젝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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