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한 음식점. 손님들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하지 않고자 밥값을 각자 계산(더치페이)하고 있었다. 혹시 오해를 살까 봐 손님들은 각자 카드나 현금을 내고서 자신이 계산한 음식값에 대한 영수증도 따로 받아 갔다.
식당 주인 최모(56) 씨는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는 테이블 단위가 아니라 메뉴 단위로 더치페이를 하는 손님이 늘었다. 계산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전보다 길어지다 보니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주문 받으랴 계산하랴 많이 바빠질 것 같다"고 했다.
김영란법이 식사 후 계산하는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손님들은 더치페이 후 밥값 영수증을 각자 챙겨 가고,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29일 대구 외식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외부 단체와 식사를 하려는 이들이 대폭 줄었고, 같은 직장 동료끼리 식사를 해도 더치페이를 하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 손님들이 자칫 '김영란법 처벌 시범 사례'로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일찌감치 습관을 들이자는 생각 때문이다.
수성구 한 한식당 주인 김모 씨는 "손님들이 더치페이 계산 후 영수증을 각자 받아가다 보니 카드사에서 제공받는 카드'현금 영수증 인쇄용지가 전보다 일찍 동나고 있다. 카드사 직원에게 인쇄용지를 좀 더 주문해 놨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김영란법 자가 체크 리스트와 식사 결제 비용을 미리 계산해볼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발 빠르게 등장하기도 했다.
경기도에 있는 신생 벤처 루트앤트리(Root & Tree)가 27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한 '영란이:본격 김영란법 사용설명서+일지작성'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사용자가 김영란법을 어기지 않았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아울러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예 또는 아니오' 퀴즈식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개인'기관이 접대한 총액을 합산해 일명 '3(식사)'5(선물)'10(경조사)' 규정의 허용 한도를 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은 곧 애플 앱스토어에도 등록될 예정이다.
(사)한국외식산업협회 대구경북지회 김수진 지회장은 "손님의 식비를 여러 차례 계산해야 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에 당장 적응하기 어렵겠지만, 국내에 부정 없는 깨끗한 식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필수 단계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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