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그때에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는데,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라갔다. 그분께서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앉으셨다.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이는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 필립보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여기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곳에는 풀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쯤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주셨다.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요한복음 6, 1-13)

예수님 주위로 군중이 모였습니다. 배고픈 군중들입니다. 그런데 그 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장정만도 오천 명입니다. 어린아이와 부인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두세 배는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람들을 먹이실 계획입니다. 먼저 제자들의 의중을 떠봅니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대답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을 사도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일 데나리온이 일용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니 제법 큰돈이 필요합니다. 다른 제자가 나섭니다. 그 제자 역시, 웬 아이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긴 한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답을 합니다.

미소를 머금은 예수님의 표정이 그려집니다.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음식이 많아지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 남은 것을 모았더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말이 나옵니다.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손가락셈을 해 보아도 한 사람이 3만달러면 4인 가족은 12만달러가 되고 가족 합계 연봉이 1억3천만원이 넘어야 합니다. 아무리 소득이 차이가 난다 해도 주변에 그런 가족이 흔해야 말이 됩니다. 배고프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그 많은 달러는 어디에 있을까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 놓은 사람은 어린아이였습니다. 빵과 물고기를 가진 사람이 오천 명이 넘는 장정들 중에 없었을까요? 장정들은 내어 놓지 않았습니다. 자기 것이라고 꽉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살 만한 것은 자기가 먹을 빵과 물고기를 내어 놓는 어린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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