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홍익인간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단군의 건국이념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이기도 하다. 그냥 한자를 번역하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이타주의나 공리주의와 연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이념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홍익인간'이라는 말이 나온 맥락을 보면 단군의 건국이념으로 생각하는 것도, 교육이념으로 생각하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홍익인간'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삼국유사의 첫 부분 고조선 조이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위서(魏書)에 이르기를 "지금부터 2천여 년 전에 단군왕검이 있어서, 아사달에 도읍을 세우고 나라를 열어 조선이라 하였으니, 바로 중국 요(堯)임금과 같은 시기였다."라고 하였다.

고기(古記)에 이르기를 "옛날 환인의 서자 환웅이 있었는데, 자주 하늘 아래 세계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구하였다.[貪求人世] 아버지가 자식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을 내려다보니 가히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만하였다.[弘益人間] 그래서 천부인 세 개를 주고 내려가서 인간 세상을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이 삼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에 있는 신단수 아래로 내려왔으니 그곳을 신시(神市)라고 불렀고, 그를 환웅천왕이라고 불렀다. 환웅천왕은 풍백'우사'운사를 거느리고, 곡식'생명'질병'형벌'선악 등 인간 세상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인간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시켰다.[在世理化]"

이 뒤의 이야기는 잘 알듯이 곰과 호랑이가 찾아오고, 웅녀에게서 단군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단군은 1908세까지 살고 오늘날 황해도 해주 지역에서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기록에 '홍익인간'이라는 말이 딱 한 번 나오는데, 그것은 위에 보다시피 단군과는 상관이 없고, 천제(天帝)인 환인의 생각이다. 자식의 생각을 읽고 홍익인간할 만한 장소를 찾았다고 했기 때문에 홍익인간이 환웅의 생각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단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리고 문맥을 본다면 홍익인간할 만하다는 것은 통치를 할 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교육이념이 실현되면 우리나라는 지도자만 있고 따르는 사람은 없는 매우 기형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

인간 역사에서 통치 행위는 널리 인간을 해롭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통치=홍익인간'이라는 등식은 매우 낯선 것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정치인들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한 꿈을 위해 정치에 입문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초심을 잃어버리고 살기 때문에 정치와 홍익인간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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