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글날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3) 씨가 "문화재청 감정가 1조원의 10%인 1천억원을 주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힌 뒤(본지 2015년 10월 9일 자 1'3면, 12일 자 1면 보도 등) 전국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매일신문 보도 이후 만 1년이 지났지만 훈민정음 상주본 공개 및 보상 논의는 원점에서 맴도는 중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보는 상주본 공개 해법은 단 두 가지 방법. 배 씨가 자발적으로 내놓거나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배 씨가 원하는 가격인 1천억원을 주고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해법과 관련, 배 씨가 그냥 내놓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
배 씨는 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상만 약속해주면 당장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는 절대 못 내놓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는 "2008년 상주본을 처음 공개하면서 문화재청에 감정을 의뢰했더니 진품이라 그랬다. 그런데 문화재 지정신청을 하던 차에 갑자기 조모 씨가 나타나 '자신의 집에서 훔쳐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주본 공개가 뒤틀려졌다. 나는 법률적 소송이 이뤄지고 이와 관련된 재판 결과가 또다시 나에게 불리하게 이뤄진다해도 상주본을 내놓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정부가 결단을 내려 거액의 보상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단 배 씨가 먼저 상주본을 공개해야 보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진전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존재 여부도 모르는데 보상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렵다"며 보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상주본 공개는 기약 없이 또다시 시간만 허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 상주본 보관이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씨는 "상주본의 보관상태는 양호하다"고 하면서도 "2008년보다는 다소 못하다"고 인정했다.
상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가가 한때 절도범으로 몰린 배 씨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회복해 주는 등 복잡한 사연을 원점에서 다시 풀어나간다면 배 씨를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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