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1시 대구 북구 산격대우아파트 경로당에 북대구초등학교 5학년 학생 20명이 방문했다. 생활예절교육 수업을 위해 일일 교사로 나선 김영환(84) 경로당 회장이 "학교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어머니 엉덩이를 보고 인사하면 되겠어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안 돼요"라고 고함치듯 답했다. 김 회장은 "내가 먼저 인사하되 정성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은 산격대우아파트 경로당과 북대구초등학교가 올해부터 자매결연을 하고 시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의 하나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해 총 9차례로 계획된 체험학습은 이날로 7번째를 맞았다. 김 회장은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과거에는 동네 아이들이 노인을 만나도 본척만척 했는데, 지금은 먼저 인사하는 학생이 적잖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네 노인들의 모임터였던 경로당이 변하고 있다. 지역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 교실로 활용되거나 스마트폰 교육 등 각종 프로그램 진행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경로당 회원들을 중심으로 자치활동도 활발하다. 수성구 수성4가 경로당은 회원들이 함께 텃밭을 가꾸고 콩나물을 길러 공동작업으로 소득도 올리는 등 자급자족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회원 수가 2배 증가해 올해 초 대구시 선정 최우수 모범경로당에 뽑히기도 했다.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북구 산격복지경로당은 자체 봉사단을 결성, 홀몸노인을 방문해 건강을 살피고 밑반찬도 지원했다. 중구 동성동경로당 회원들은 직접 비누를 만들어 인근 복지회관에 기부했다.
대구시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는 "장기나 바둑 등 좌식 문화가 중심이 됐던 경로당이 요즘은 활동성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현재 대구지역 경로당은 1천445곳으로 회원이 5만6천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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