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노인들의 먹거리 문화가 변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패스트푸드점으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끼니를 간단히 때우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위기가 좋아서, 청결하고 맛있어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수십억원대 자산가 김모(78'대구 수성구 중동) 씨는 "청결하고 맛도 좋다. 식사도 하지만 천 원짜리 커피만 마시러 올 때도 있다"며 "서비스 등이 좋지 않아 기분 나쁜 음식점도 적잖은데 이런 패스트푸드점은 종업원들이 체계적이고 기본적인 서비스 교육을 받아서인지 상대하기도 편하고 기분도 나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점심을 패스트푸드점에서 해결한다는 손모(75'대구 북구 침산동) 할머니는 "메뉴가 많지만 식사량이 많지 않아 주로 2천원짜리 햄버거와 1천원짜리 커피를 먹는 편이다. 여기선 음식을 적게 시킨다고 눈치를 주지 않아 좋다"며 "특히 노인의 경우 음식을 빨리 먹지도 못하고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편인데, 보통 음식점은 눈치를 많이 주지만 이곳은 저렴하게 식사하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어 노인들에겐 딱이다"고 좋아했다.
젊은이들도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노인들의 모습에 신기해하면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모(33'범어동) 씨는 "노인들이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게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실제 친할머니도 햄버거를 좋아하셔서 제사상에도 햄버거를 올려달라고 하실 정도"라고 했다. 신모(32'침산동) 씨는 "한때 패스트푸드를 먹는 노인을 보면 어색하고, 무슨 사연이 있나 생각했는데, 요즘은 말끔한 정장의 노인들도 적잖고 오히려 세련돼 보이기까지 한다"며 "세상이 변하는데 어르신들의 취향과 입맛도 바뀌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수성구 한 맥도날드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노인들이 햄버거와 콜라로 식사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직원 채용 시 학력'연령 제한을 없애면서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풍경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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