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영란법, 부작용 줄여야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

지난달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한국인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시행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접대'모임'행사 등의 풍속이 예전과 달라졌고, '흥청망청' 문화'공짜 심리도 자취를 감췄다. '투명사회 구현'이라는 법 취지에 맞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전국에 400만 명이 넘는 법 적용 대상자들이 지나치게 움츠리는 바람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법 시행 초기의 일시적인 진통이라고 하지만, 정작 영세업자'농어민 등은 생존을 고민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

관청'공기관 주변의 식당'커피숍 등은 손님이 확 줄었고, 장례식장의 화환과 축하 난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화훼농가와 꽃 가게는 된서리를 맞았다. 유흥업소'고급식당은 이러다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아우성이다. 대리운전'택시업계 등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충북연구원은 선물 문화 위축으로 한우, 인삼, 과일(사과'배), 화훼, 임산물 등 도내 5개 부문의 생산 감소액이 11.5~15.2%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할 정도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만 만나는 '끼리끼리 문화' '소집단 이기주의'의 확산이다. 몸을 사리는 공무원들이 친한 선후배'친구를 가려서 만나기에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런 조짐이 뚜렷하다. 이렇다면 상대적으로 특정집단만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 시행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주 대상이 서민층에 집중된다면 곤란하다. 부정청탁과 부정부패로 이익을 얻은 계층은 법 시행 이후 다소 불편하면 그만이지만, 영세업자'농어민은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 정부'정치권이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소비 진작, 손해 보전 등의 정책적인 배려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김영란법으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고 청렴해질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영란법이 뿌리내릴 수 있을지 여부는 여기에 달려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