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삼성 라이온즈 최하위권 추락은 구단의 투자 외면 탓

삼성 라이온즈가 최하위권에 머물며 시즌 마감을 앞두고 있다. 삼성은 올해 이상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처절하게 내려앉았다. 지난 5년간 정규 시즌 1위 5회, 한국시리즈 4연패의 위업을 세운 것에 비하면 올해 성적은 가히 충격적인 결과다.

지난해 정규 시즌 1위 팀이 다음해 최하위권으로 급전직하(急轉直下)한 것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이래 찾아보기 힘든, 희한한 사례다. 삼성이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것도 역대 처음이다. 무엇보다 1천666억원을 들여 건설한 새 경기장으로 옮긴 첫해에 이런 성적을 낸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절대 아니다.

삼성의 추락 원인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직전에 불거진 '해외 원정 도박 파문' 때문이라거나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둥 온갖 얘기가 오간다. 지역 출신 박석민과 용병 나바로를 내보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모두 맞는 얘기지만, 가장 중요하고 보이지 않은 핵심 원인은 따로 있다. 과거와 달리, 삼성 구단이 야구단에 투자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초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일찌감치 구단의 변화를 예고했다. 구단 대표의 '급'과 위상이 과거에 비해 한 단계 떨어지면서 돈만 아는 '구두쇠'처럼 비치기 시작했다. 수당'보너스를 깎거나 없애고 운영비도 줄이니 선수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올 리 없고, 팬 서비스도 예전만 못할 수밖에 없다. 구단 운영을 지켜보면 그렇게 중시해온 '삼성 일등주의'를 완전히 내팽개친 듯한 모습이다.

'공은 둥글다'라는 말처럼, 한 해 성적으로 일희일비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지만 구단의 의지가 없다면 내년 시즌도 보나 마나 한 결과를 낼 것이 뻔하다. 운영 주체가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질 수 없고, 팬 서비스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 그룹 차원에서 야구장 운영에 대한 비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삼성은 야구단 운영 주체를 바꾸든지, 아니면 새로운 마인드로 운영하든지 선택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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