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경주, 하루가 급하다

1971년 경주는 대전환기를 맞는다. 당시 경주는 역사문화도시라기보다 그저 방치된 문화유적이 산재한 곳일 뿐이었다. 정부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과 1968년 경주국립공원 지정에 이어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추진했다. 이런 노력은 수많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경주를 방문하는 결실을 보았고,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현재 경주는 대구경북과 한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관광도시이다. 2011년 126개 회원국에서 850여 명이 참석한 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 이어 2017년 세계유산도시기구 총회 개최지로 경주가 선정된 게 이를 입증한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최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이 행사로 100여 개국에서 1천 명 이상 세계유산 관련 외국인 참가자가 경주를 찾을 예정이다. 이런 모습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전파돼 경주의 도시 이미지와 국가 브랜드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매년 1천만 명 이상 내국인 관광객이 경주를 방문한다. 2014년 경북을 방문한 관광객이 지출한 총비용은 2조800억원이다. 이 중 숙박여행에 지출한 금액은 1조5천억원 수준이다. 이는 강원과 제주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액수다. 경주가 경북의 대표적인 숙박 관광지라는 점에서 보면 최소 1조원 이상의 국민 국내여행 지출을 유발한 것으로 봐도 된다. 관광산업 특성상 특정 도시에서 관광객 소비지출은 전국적 파급효과를 유발한다. 보문관광단지의 숙박시설과 관광객 이용시설, 유원시설 등에서 쓴 돈이 수도권 관광사업체와 회의기획업체, 이벤트업체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주는 새로운 전환기에 직면했다. 전 국민을 놀라게 한 지진의 여파가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 워크숍, 세미나 등의 예약 취소로 이어지면서 경주 관광산업 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적 관광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파장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지진과 산간지역 폭우 때 일본인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일본인 모두가 나의 일로 여기고 구마모토를 응원'지원하고 방문하는 모습에서 공존사회의 참모습을 보여 주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찬란한 역사적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관광산업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산재한 문화유적으로 경주 시민의 생활환경과 재산권 침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경주 시민은 자긍심 하나만으로 오롯이 도시를 지켜왔다. 이제 우리 차례다. 이번 가을, 경주를 찾아 지진 발생 이후 안정화된 도시 모습과 신라문화를 만끽하길 기대해 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