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세계유산 도시 꿈꾼다] <1>안동, 왜 세계유산도시인가?

"세계유산 그랜드 슬램 달성 하회탈놀이에 달렸소"

안동시는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유네스코
안동시는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시켜 세계유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는 각오다. 이미 하회마을이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며, 유교책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인류무형유산 등재만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3대 카테고리에 모두 등재되는 세계유산도시가 된다. 매일신문 DB
유교책판이 보관된 장판각.
유교책판이 보관된 장판각.
안동시가 등재를 추진 중인 봉정사.
안동시가 등재를 추진 중인 봉정사.
유네스코 등재가 확정된 하회마을.
유네스코 등재가 확정된 하회마을.

안동이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그랜드 슬램 달성 도시를 꿈꾸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 등 3개 분야를 모두 보유하는 우리나라 최초 세계유산 도시가 되는 꿈이다.

하지만 이 꿈은 단지 꿈이 아니라 조만간 현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미 안동은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가 지난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며, 한국국학진흥원이 보유하고 있는 '유교책판'이 지난해 10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리고 세계유산 잠재목록으로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한국의 서원'에, 봉정사가 '한국의 전통산사'에 포함돼 등재 작업이 한창 추진되고 있다. 이제 인류무형유산 분야만 지정되면 그랜드 슬램 달성이 완성되는 첫 도시가 된다.

매일신문은 지난해 하회마을 세계유산 등재 5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시리즈 '신도청시대 하회'를 통해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인류무형유산적 가치와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보았다. 매일신문은 앞으로 10회에 걸쳐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주도할 안동문화의 세계화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그랜드슬램 달성 가능성을 짚어본다.

◆'안동', 이름만으로 고품격 브랜드로 자리매김

미국의 문화학자 마거릿 미드(1901~1978)는 '21세기는 정체성과 동일성의 문화시대'로 정의하고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글로벌화하는 시대에는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지역 정체성이야말로 한 민족, 한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고 역설했다.

이는 확고한 역사적 토양을 바탕으로 축적된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이미지는 그 지역의 경쟁력 제고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끼치고, 나아가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시장 경제권 속에서는 지역문화 이미지와 접목된 상품이야말로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초일류상품으로 세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듯 안동은 '안동문화권'(安東文化圈), '안동학'(安東學),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등으로 불리며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지적인 엄숙성을 지닌 묵향 그윽한 영남 학맥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왔다. '안동'이라는 이름이 곧 고품격 브랜드가 된 것.

안동시는 안동문화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3대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려 안동문화의 다양성을 널리 알리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21세기 개방화 시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한다는 꿈을 갖고 현실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동시는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가 지난 201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2015년 10월에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교책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또, 유교문화를 상징하는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봉정사가 '한국의 서원'과 '한국의 전통산사'에 각각 포함돼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인류무형유산으로의 등재를 추진해 명실상부한 세계역사도시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안동문화의 세계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그 결과가 하나씩 결실을 보고 있다.

◆하회, 세계유산 등재로 세계유산도시 발판 마련

하회마을은 지난 2010년 7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유교적 질서가 반영된 건축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고,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생활문화가 대를 이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으며, 마을주민들이 축적하고 생산한 예술작품까지 잘 보존되어 있어 '살아 있는 유산'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 우리나라 14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안동시는 하회마을 세계유산 등재 이후 마을이 지닌 탁월한 인류 보편적 가치(OUV)를 후대에 온전하게 물려주기 위한 세계유산 보존관리뿐만 아니라 문화유산 활용에 역점을 두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관광객들에게 세계 유산적 가치를 보여주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방문객 유치와 하회마을의 전통문화를 후대에 온전하게 계승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은 관'혼'상'제례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문화 체험 프로그램, 접빈음식과 내림음식, 가양주 빚기 등 안동지방의 절제된 종가문화,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서원교육'향사'서원스테이 등의 서원문화 체험, 마을 장인의 공예 체험과 인형극, 전통생활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 하회마을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을 다채롭게 편성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관광객들과 소통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해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교책판, 안동문화의 정수로 평가돼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난해 10월 초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제12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회의(IAC)에서는 한국국학진흥원이 보유하고 있는 '유교책판'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교책판'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인쇄'발간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305개 문중의 718종 6만4천226장이다.

'유교책판'은 공론(公論)을 통해 제작의 당위가 결정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출판'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이는 완성된 책판은 개인이나 문중의 소유가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동 소유라는 개념을 가지게 됐고, 보존'관리에도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독특한 형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718종에 이르는 유교책판은 질과 양이 모두 동일하지는 않지만, 수록된 내용은 유학적 이념에 따라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궁구했던 선현들의 기록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유교책판은 평생을 통해 그러한 삶을 추구했던 선현들을 현창하고 그들이 남긴 기록을 출간함으로써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인간상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조선후기가 세계에서 유교적 이념이 가장 깊이 있게 적용됐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교책판이다. 이 때문에 유교책판은 물질문화재이면서도 이념을 통해 한 사회가 동일한 인간상을 꿈꾸게 했던 정신적 측면이 더 강조됐다.

◆도산'병산서원, 선비들의 교육적 이상 실천한 소중한 유산

2011년부터 추진한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전문가의 현지실사를 거쳐 지난해 7월 1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40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를 위한 조율에 들어갔다. '한국의 서원'은 생명과 평화, 소통과 화합,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바탕으로 선비들의 교육적 이상을 실천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겸손과 절제를 추구하는 선비정신과 자연과 더불어 심신을 단련하고 수양하며 학문연구를 통해 인류애를 실천하고자 한 자아 성찰과 자기 고뇌의 산실이다.

이러한 서원이 지닌 가치는 시대가 바뀌어도 끊어지지 않고 선비들의 학문적 전통이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는 세계적인 유산이다.

한편, 등재 대상인 서원은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을 포함해서 도동서원(달성), 남계서원(함양), 소수서원(영주), 옥산서원(경주), 필암서원(장성), 무성서원(정읍), 돈암서원(논산) 등 9개 서원이다.

◆봉정사, 최고 목조건물인 천년고찰 가치 정립

안동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봉정사는 부석사(영주)와 법주사(보은), 마곡사(공주), 대흥사(해남), 선암사(순천), 통도사(양산) 등과 함께 '한국의 전통산사'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 이어 한국의 전통 산사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정립하는 학술회의를 기점으로 등재신청서 작업이 2016년 말까지 추진된다. 2017년 초에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에 제출되면 2018년에 등재를 확정한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봉정사를 비롯한 대상 사찰은 조선시대 이전에 창건된 500년 이상의 고찰(古刹)로 산곡(山谷) 간의 경사지나 분지에 입지해 지형적 질서에 순응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회탈놀이, 세계 보편적 문화도구로 인류 상징물 결집체

안동을 대표하는 무형유산인 하회별신굿탈놀이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세계유산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실현되면 안동시는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3대 카테고리를 모두 가지는 세계유산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안동시는 "탈과 탈놀이는 세계 보편적 문화도구이며 인류가 가꾸어 온 상징물의 결집체"라는 자신감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도 다른 지역 탈춤과 함께 '한국의 탈춤'으로 동시 추진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지난 2012년 '아리랑', 2013년 '김치와 김장문화', 2014년 '농악'이 등재됐다.

2015년 한국의 줄다리기가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의 줄다리기와 함께 국가 간 공동 등재를 확정지었으며, 2016년에는 '해녀'가 등재 예정돼 있다. 한국의 탈춤은 2017년 이후에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시 손상락 세계문화유산담당은 "2010년 '하회마을'의 세계유산 등재, 2015년 '유교책판'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이어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봉정사의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며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완성하게 되면 유네스코가 가지고 있는 3대 카테고리인 '세계유산'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을 모두 보유하게 됨으로써 안동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