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최고의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는 TV 중계방송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왔다. 생중계방송이 많은 종목은 하나같이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종목별 인기 순서는 방송사의 중계방송 양과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야구, 축구, 골프 순이다. 농구에 밀려 있던 배구는 최근 생중계가 늘면서 인기를 만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프로풋볼, 유럽에서는 프로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스포츠 중계방송은 시간에 쫓기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팬들에겐 아쉬운 점을 해결해 주기에 마약 같은 존재다. 상당수 팬은 경기장을 찾는 것보다 TV 중계를 보는 게 더 좋다고 한다. 그만큼 중계방송의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최고의 스포츠 중계는 어떤 것일까? 스포츠 중계는 카메라와 프로듀서(PD)가 만들어내는 마술이다. 카메라 수와 카메라 기자의 능력에 따라 일차적으로 중계방송의 질이 결정 난다. 이를 시청자의 눈에 가장 잘 들어오게 하고, 시청자의 뇌를 자극하는 게 PD의 역할이다.

기자는 1980년대 후반 대학에서 언론을 전공하면서 스포츠 PD를 꿈꾸며 공부했다. 대학 졸업 시점에 3개 공중파 방송의 스포츠 PD 채용이 없는 바람에 신문사로 발길을 돌렸지만 지금도 꿈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가끔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내가 스포츠 PD가 되었으면 국내 야구 중계 수준을 10년은 앞당겼을 것이라고 허풍 섞인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최고의 스포츠 중계가 '침묵'이라고 하면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마니아들은 TV 소리를 없애거나 낮추고 중계방송을 보는 경우가 많다. 중계방송을 하는 캐스터와 해설자의 말로 말미암아 스포츠 보는 재미가 반감될까 우려해서다.

기자도 대부분의 TV 스포츠 중계방송을 소리 없이 본다. 생소한 종목이거나 해외 스포츠 중계일 때는 소리를 높여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국내 방송은 될 수 있는 대로 말을 듣지 않고 중계 화면만 본다. 영 어색할 것 같지만 적응해서인지 참 편하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경우 요즘엔 중계 기술이 크게 발전한 데다 각종 데이터를 자막 처리하기에 거의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TV 중계를 보면서 기사를 쓸 때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가치 판단에 혼란을 주기에 중계 화면만 참고로 할 뿐이다. 부연하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를 현장에서 모두 취재할 수 없기에 대다수 기자가 중계방송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국내 방송 중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으로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절제되지 않은 말과 과장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비난받은 것이다. 무엇보다 애국심 고취를 위한 국수주의적인 중계방송은 '저질 중계'란 말을 낳았다. 팀을 이뤄 함께 경기하는 국내 선수들을 놓고도 특정 스타를 앞세운 차별적인 비교 방송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마디로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관심을 두지 않는 얘기와 행동으로 방송의 질을 떨어뜨렸다.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신문'방송의 가치 판단은 독자'시청자가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언론은 상업주의에 물들면서 스스로 가치 판단을 해 미디어의 틀에 끼워 넣고 있다. 일종의 주입식으로 성과를 내려 하지만 오판이다. 독자나 시청자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입담 좋은 해설자들이 판을 쳤지만, 요즘 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사실에서 벗어나 잘 포장한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미디어도 일부 종사자들의 비리가 알려지면서 비난받고 있다. 신문 만드는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동업자인 방송 중계의 흠을 잡았는데, 방송인들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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