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표리부동(表裏不同)하다."
한국인은 이렇게 일본인을 비하한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니다. 일본인은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아무리 친해져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일상에서도 혼네(本音'본마음)와 다테마에(建前'사회적인 규범에 의한 의견)를 철저하게 구분한다. 일본인의 겉과 속이 다른 것은 확실하지만, 경멸적인 어조의 '표리부동'보다는 양면적인 성격이라는 것이 정확하다.
일본인은 원래 이랬을까? 과거 일본인은 쾌활'단순하고 개방적이었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1587년 가톨릭 전교와 농민 반란을 막기 위해 '오인조(五人組) 제도'를 시행하면서 일본인은 변하기 시작했다.
마을을 5가구씩 묶어 서로 감시하고 확인하게 했고, 문제가 발생하면 연대책임을 물었다. 조원 가운데 누군가 중한 죄를 지으면 마을 전체를 추방하거나 몰살시킬 정도로 혹독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서로를 감시해야 하니,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했다, 그래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언어와 행동 표현을 조심했다. 메이지유신 전까지 300년간 유지된 '오인조 제도'가 오늘날 일본인의 정체성'성격을 규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북한에도 '오호담당제'라는 제도가 있다. 북한이 조선시대의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본떴다고 하지만, 간섭'통제의 성격에 비춰 일본의 '오인조 제도'를 모방한 것 같다. 구성원이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는 의심, 인간관계 파탄,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키울 수밖에 없다.
요즘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가 활개를 친다. 최대 2억원의 포상금, 30억원의 보상금을 받는다고 하니 란파라치 학원까지 생겼다. '김영란법' 시행 취지는 좋지만, 국가가 앞장서 제대로 신고하면 로또복권에 당첨될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정말 황당하다.
한국에는 2010년 '카파라치'가 등장한 이래 무려 50여 종의 신고 포상금 제도를 시행 중이다. '쓰파라치' '봉파라치' '식파라치' '선파라치' '주파라치' '과파라치' 등등…파파라치 공화국을 방불케 한다. 국민 상호간에 신고'고발을 장려하고 불신하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가. 속성으로 효과를 내려는 한국인 특유의 '조급성'과 관료들의 '실적주의'가 만든 우울한 자화상이다.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국민운동, 캠페인 등 건전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쳐나가는 것이 바른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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