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실 우려 뒷전에 두고 돈 잔치에 여념 없는 농협

농협지주회사 분리 후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줄고, 부실채권 비율은 치솟는 등 농협은행이 부실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협은행의 억대 연봉자와 카드 사용액은 가파르게 늘어 부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다 조선'해운 산업의 부실로 조 단위 손실을 입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농협의 돈 잔치는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이후 조선'해운업의 부실로 인한 농협은행의 누적 손실이 2조4천5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TX그룹의 부실로만 1조9천259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매출액에 큰 변화없이 영업이익은 2012년 9천452억원에서 지난해 4천993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은 2012년 3천946억원에서 올해는 1천527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설 전망이다. 반면 부실채권은 2012년 2조6천296억원에서 올 5월 현재 4조3천677억원으로 급증했다.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94%로 금융당국 권고 최소기준인 100%를 밑돈다. 4대 시중은행 평균 154%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그럼에도 농협금융 임직원의 9.1%인 1천811명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지주회사 분리 후 60% 이상 늘었다. 농협계열사가 보유한 골프회원권이 790억원 상당에 이르고, 농협중앙회의 지난 3년 7개월간 법인카드 지출액은 2천241억원에 이른다. 농협은 속 골병이 들고 있는데 경영진들은 조선'해운 투자 실패로 부실을 키우고, 임직원들은 돈 잔치에만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농협이 2012년 금융사업을 지주회사로 분리한 것은 전문성 강화를 통한 경영 실적 향상이라는 목적에서였다. 하지만 분리 후 3년 7개월간 당초 목적과 달리 부실만 심화됐으니 분리 취지가 무색해졌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조 단위 손실을 입고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농협은 공공성이 강해 지역 사회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농협이 부실해지면 그 피해가 300만 농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기능 통폐합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농협은 잃어버린 신뢰부터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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