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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패권경쟁 시대, 한반도의 앞날은?…『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장성민 지음/퓨리탄 출판사 펴냄

우리나라는 5천 년 역사에 900여 차례 외침을 받은 약소국가였다. 주변 강대국 간 세력균형이 이루어졌을 때는 분단과 분열상태였고, 어느 한쪽 강대국이 압도적 힘의 우위를 차지했을 때는 그 국가의 식민지가 되거나 복속상태였다. 강대국 사이에 어느 정도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한 경우에는 중간에서 완충적 역할을 했다.

이처럼 자주 침략과 지배를 받았던 것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해양 세력에게 한반도는 전초기지이고, 해양세력의 접근을 막으려는 대륙세력에게는 전략적 완충지대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1592년 임진왜란 때 항왜원조(抗倭援朝)를 내걸고 조선을 도왔던 것도, 1950년 6'25전쟁 때 항미원조(抗美援朝)의 깃발을 걸고 북한을 도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일본과 달리 미국은 한반도를 영토적으로 점령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6'25 때 중국의 개입은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 주도의 통일국가보다는 남북한 분단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지킬 수 있었기에 득을 본 참전이다.)

6'25전쟁이 끝난 뒤 지금까지 한반도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이끄는 질서 속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적 세계질서는 위협받기 시작했고, 동북아시아 패권 축은 미국과 중국으로 분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국의 부상이 단순히 경제적 파장을 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짜인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관찰자들은 중국의 부상을 경제성장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예상과 달리 중국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제는 밖으로 뻗어나가려고 한다.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마찰은 불가피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질서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그토록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종합한다. 첫째는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한반도에 존재했던 국가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지 못한 나라였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미-중 패권 경쟁의 시대'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중 패권경쟁의 결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미국을 밀어낼 경우 한반도는 어떤 상황을 맞이할 것인가. 반대로 중국이 미국의 봉쇄정책에 주저앉으면서 미국이 세계 패권을 계속 유지한다면 한반도는 어떤 내일을 맞이할 것인가. 이 책은 그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쓴 '대한민국 생존 전략서'다.

한반도의 위치를 우리가 어찌할 수는 없다. 강대국 간의 패권경쟁 결과에 영향을 줄 만큼 우리가 막강하지도 않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의 결과를 예측하는 안목을 키우는 것, 이에 따라 국가 노선과 정책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론을 통일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은이는 "21세기 미-중 패권경쟁의 결과는 한반도에서 결정날 것이다. 그 결과가 곧 동북아의 패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 세계의 패권을 결정 짓게 될 것이다"며 "우리 앞에 놓인 숙제는 한반도에서 미-중 간의 대충돌을 막고, 이 두 강대국이 우리의 목표인 남북통일을 지지하도록 이끄는 것이다"고 말한다.

57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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