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법인세 최하위…세금 낼 기업, 광주·대전권보다 1만곳 적다

성서산단 1분기 가동률 71%, 2008년 64% 이후 최저치…경북 수출액 17%↓

올 들어 7월까지 대구경북에서 걷힌 법인세가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지역 경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년간 지속돼 온 글로벌 불황에다 한진해운 사태 등의 여파가 지역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풀이된다.

법인세수 실적이 3, 4위권에 머물렀던 대구경북이 5등으로 추락한 것은 2013년이다. 그해 대전국세청의 법인세수는 2조833억원으로 대구국세청(2조133억원)을 추월했고, 올해는 광주와 전남'전북 기업의 법인세가 모이는 광주가 대구를 앞서간 것이다. 지난해 1조4천464억원으로 법인세수 실적이 저조했던 광주는 한국전력공사 본사가 전남 나주로 옮긴 뒤 전국 5위로 올라섰다.

◆세금 낼 기업도 전국에서 꼴찌 수준

대구경북의 법인세수 실적 부진은 세금 낼 기업이 적은 것과 직결돼 있다. '2015년 국세청 지방청별 신고 법인 수'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등록 법인은 4만3천485개로 광주(5만6천489개)와 대전(5만1천888개)보다 적어 전국에서 꼴찌다.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은 "과세대상 법인기업 숫자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전국 최하위권"이라며 "법인세를 납부할 정도의 활동을 하는 기업의 숫자가 이렇게 적으니 세수 실적이 최하위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했다.

대구 최대 산업단지인 성서산업단지는 올 들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만큼이나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1분기(1~3월) 성서산단 입주기업의 가동률은 71.16%로, 2008년 4분기의 63.84% 이후 최저치였다. 입주기업 전체 생산액도 지난해 4분기 4조5천350억원의 92% 수준인 4조1천910억원에 불과했고, 수출은 9억9천300만달러에서 8억6천800만달러로 13%가량 줄었다.

2분기(4~6월)엔 입주업체와 근로자 수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업체는 2천968곳으로 1분기보다 13곳 줄었고, 근로자 수도 5만8천170명으로 1천363명 줄었다. 전자 업종의 불경기에다 삼성'LG전자의 베트남 확장에 따른 협력업체 이전 및 철수 영향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불황 속에 수출까지 휘청

지난 8월까지 대구경북 기업들의 수출도 지난해 동기보다 15.2% 감소했다. 특히 경북의 경우 철강, 전자 등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으로 올해 8월까지의 수출액이 246억1천8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17.3%까지 줄었고, 전국 평균(8.8% 감소)보다도 2배가량 감소폭이 컸다.

지역의 창업활동도 부진했다. 대구와 경북의 창업률은 각각 17.5%, 17.1%로 전국 평균(17.8%)보다 낮았다. 창업 5년 후 10개 기업 중 약 3개만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는 근로자에 대한 기업들의 임금 체불로 이어졌다. 올 8월 말까지 대구경북 전체 체불임금은 818억4천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8억5천600만원보다 60.9% 늘었다. 체불 근로자 수도 지난해 1만3천68명보다 17.6% 늘어난 1만5천37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불거진 한진해운 물류대란과 현대차노조 파업은 자동차부품 생산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 경기의 부진에 그야말로 '기름에 불을 붓는' 역할을 했다.

대구 기업들이 다른 지역보다도 불경기에 훨씬 큰 타격을 입는 이유는 지역의 경제 구조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하는 등 대외 의존도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다 보니 우리나라 경제 전반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투자'소비심리 위축 경향이 더욱 심화하는 추세"라며 "대기업이 위치했거나 완제품 기업이 많은 타 지역과 달리 대구는 대기업 협력업체가 대부분이다. 대기업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지역 기업들은 휘청한다. 지역 경제를 이끌 만한 요인이 없다 보니 유독 대구가 불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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