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가족재단 20일 팸투어

시대를 앞서간 대구 여장부들 발자취 따라가 보실래요

대구시립극단 뮤지컬
대구시립극단 뮤지컬 '비 갠 하늘'에서 주인공으로 다뤄진 우리나라 최초 여성비행사 권기옥(왼쪽)과 대구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현계옥을 연상케하는 영화 '밀정'의 연계순.

현계옥-대구 기생

의열단원·폭탄 제조술 등 익혀

염농산-기생 앵무

국채보상운동 거액 의연금 기부

정복향-여장부

1940년대 최초 여자경찰서장

박남옥-매일신문 기자

대한민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

추애경-영남 최초 여성 성악가

박태준과 함께 제일교회서 활동

권기옥-독립운동가, 이상정 부인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올해 개봉한 영화 '밀정'에는 중국에서 일제강점하의 한국으로 독립운동에 쓸 폭탄을 운반하는 의열단 단원 '연계순'(한지민 분)이 등장한다. 연계순은 영화에서 같은 의열단 단원인 김우진(공유 분)과의 아련한 로맨스도 살짝 드러낸다. 그런데 연계순과 똑 닮은 실제 역사 속 인물이 있다.

독립운동가 현계옥(1887~?)이다. 현계옥의 삶은 연계순보다 어찌 보면 더 드라마틱했다. 소설 '운수 좋은 날'로 유명한 현진건의 형인 독립운동가 현정건과 운명적으로 만나 연인이 된 현계옥은 현정건을 따라 의열단이 돼 중국에서 폭탄 제조술을 익히고 폭탄을 운반했다.

승마를 배워 말을 타고 다니며 여느 남자들보다 '터프'하게 독립운동을 하는 여장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독립운동가 '현계옥' 아시나요?

놀라운 사실은 현계옥이 대구 기생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런 대구 기생 출신 '여걸'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정칠성(1897~1958)은 3'1운동을 계기로 여성운동가로 거듭나 대구여자청년회 창립,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 여성운동단체인 조선여성동우회 결성 등의 활동을 펼친 인물이다. 강향란(1900~?)은 항일여성운동단체에서 활약했으며 영화배우이기도 했고 "나도 남자와 똑같이 당당한 사람이다"며 머리를 깎아 '조선 최초의 단발 기생'으로 회자된 인물이다. 기생 앵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염농산(1859~?)은 국채보상운동에 거액의 의연금을 냈고 대구 여성 교육에도 혼신을 다한 인물이다.

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힘을 축적한 곳이 바로 전국적으로 기생들이 많았던 대구 다. 이곳을 포함해 근대시기의 대구를 움직인 여성들의 흔적을 살펴보는 투어 코스를 최근 대구여성가족재단이 공개했다. 바로 '반지길'과 '눈썹길'이다. 대구읍성이 있었던 대구 구도심을 바탕으로 반지길은 청라언덕~종로~진골목~계산성당을 잇는 반지 모양의 원형 코스, 눈썹길은 청라언덕~약전골목~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잇는 눈썹 모양의 곡선형 코스다.

◆근대 '활짝' 연 대구 신여성들

이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근대 대구 여성들의 면모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우선 '최초'라는 수식이 붙는 선구자격 여성들이 많다. 대구에 여자경찰서가 있었다는 사실은 생소하다. 지금 자리에 1947년 들어섰다. 초대 대구여자경찰서장이었던 정복향(1910~1998)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경찰서장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감독도 대구에서 나왔다. 기자였던 박남옥(1923~?)이다. 전통과 근대의 갈림길에 선 여성들의 욕망을 그린 영화 '미망인'을 1955년에 발표했다. 현재 서울여성영화제가 박남옥영화상으로 그를 기리고 있다. 영남지역 최초의 여성 성악가 추애경(1900~1973)은 대구 음악사의 주요 인물인 박태준과 함께 에서 활동했다. 최근 대구시립극단이 연극과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명을 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1901~1988)도 시인 이상화의 형으로 알려져 있는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 이상정의 부인이었다는 점에서 대구와 연관이 있다. 이상화 고택 바로 옆에 이 있다. 외국에서 대구로 와 족적을 남긴 여성들도 적잖다. 대구 최초 여자 초등학교인 신명여자소학교를 설립한 마르다 브루엔(1875~1930) 등 여성 선교사들의 흔적은 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두 코스에서 눈여겨볼 여성들은 국채보상운동의 핵심 조직이었던 '남일동 패물폐지(廢止)부인회'(패물을 팔아 기금을 마련한다는 의미) 구성원들이다. 당시 에 모여 살던 누구누구의 처로만 기록돼 있었던 부인회 회원들의 이름 정경주, 서채봉, 김달준, 정말경, 최실경, 이덕수 등을 지난해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처음 찾아냈다.

◆편견·제약 벗고 다양한 활약상

물론 '반지길'과 '눈썹길'은 큰 업적을 남긴 대구 여성들만 다루지 않는다. 코스 안에는 여성들이 집안의 남성들 대신 억척같이 일해 생업의 장을 마련한 무대인 과 지금은 남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만 주로 전해지지만 실은 여학생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항일 만세운동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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