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수리 5형제와 함께 읽go, 쓰go] 책 읽기도 과속은 금물

"책을 천천히 읽어라."

주변에서 이런 충고를 종종 듣게 된다. 머리만 끄덕거릴 뿐, 실천에 옮기려니 뭔가 찝찝하다. 천천히 읽어서는 많은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없고, 읽을 책은 사방에 깔렸는데…."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는다. 결국 빠른 책 읽기, 즉 속독으로 관심이 쏠린다. 과연 이 선택이 옳을까?

◆속독의 문제점

속독의 교육 방법을 먼저 살펴보자. 속독의 핵심은 바로 '정보의 획득'이다. 사실 속독으로 책 내용 전부(100%)를 얻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속독은 '핵심 정보의 일부 획득'을 강조한다. 속독 훈련 과정을 살펴보면, "책에서 몇 퍼센트의 정보를 건졌는가?"라는 관점으로 교육한다. 즉, 책을 읽고 10∼15%의 정보를 건졌다면, 속독은 이것을 '성공적인 독서'라고 판단한다. 속독의 관점으로 볼 때, 책 한 권의 핵심은 보통 20%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속독으로 70% 아니 99%까지 독해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잃어버린 1%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책을 읽을 때, 문장을 몇 퍼센트 이해했다는 수치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소설, 시, 수필 같은 문학을 읽을 때, 문장, 문장 사이의 접속사, 조사, 동사 등의 세밀한 부분에서 미묘한 맛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1%에 해당한다. 구두점 하나가 문장의 느낌을 다르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속독의 장점

속독으로 유명한 '다치나바 다카시'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철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의 저서를 보면 전공과 아무 관련이 없다. '우주로부터 귀환' '뇌사' '일본 공산당 연구' '원숭이학의 현재' 등이 그것이다.

그는 책을 집필할 때 최소 2미터 정도의 책과 자료를 읽는다고 한다. 책을 2미터 높이로 쌓으면 약 100권 정도가 필요하다. 이것을 모두 읽어야 한다면, 특히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면, 책을 아주 빠른 속도로 읽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는 많은 비평가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필요'라는 도끼를 휘둘러 항상 기세 좋게 책을 쫙쫙 가르기도 하고 부수기도 하는 모양이다. 과연 책을 그렇게 쫙쫙 처리해 버릴 수 있는 것일까?"라는 말로 그의 책 읽기는 '독서'가 아니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속독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속독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명문, 논설문 같은 비문학 부류의 책은 빨리 읽어도 큰 손해가 나지 않는다. 이런 책은 조사, 접속사 같은 미묘한 것들보다 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독서 방법-빨강 펜 독서법

이제 책 읽기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 책 읽기는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을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주로 문학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천천히 읽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수험생, 학생 혹은 많은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조금 다른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손가락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 방법이다. 사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책 읽기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라진다. 그런데 손가락 대신 빨강 펜으로 바꿔보면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 방법은 읽기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면서, 동시에 집중력까지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속독같이 훈련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평소 습관처럼 읽기만 하면 바로 써먹을 수 있다.

빨강 펜 독서법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①눈이 밑줄 긋는 속도에 맞춰 빨리 움직인다. ②읽은 문장을 다시 읽는 것을 방지한다. ③문장에 더욱더 집중하게 한다. ④읽다가 중요한 문장을 찾을 때 빨간 펜을 이용해서 표시할 수 있다.

자동차도 과속하면 안 되듯, 책 읽기도 과속은 금물이다. 지금 당장 빨강 펜을 잡고 평소처럼 책을 읽어보자. 집중력과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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