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깬 임유민(가명'31) 씨가 "엄마 아파…"라고 신음처럼 내뱉었다. 어머니는 유민 씨의 코에서 빠진 산소호흡기를 다시 끼워주고 유민 씨의 몸을 옆으로 돌렸다. 주사를 놓으려 간호사가 들어왔지만 유민 씨는 팔만 겨우 내밀 뿐 눈을 뜨지 못했다.
유민 씨는 하루종일 잔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이 채 안 된다. 어머니는 "체력도 부족하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면서 "깨어 있으면서 아픈 것보단 차라리 자면서 아픔을 잊는 게 낫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월부터 병상에 누워지내는 유민 씨는 한동안 눈을 뜨지도,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똑바로 눕히면 같은 자세 그대로 하루종일 꼼짝도 하지 않아 욕창까지 생겼다. 그나마 한 달 전부터는 때때로 눈을 떠 엄마에게 말을 걸고 의사에게 농담을 할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다. 어머니는 "그저 유민이가 눈을 떠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유민이가 죽은 듯 누워 있을 땐 나도 콱 죽고 싶더니, 유민이가 눈을 뜨고 웃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어요."
◆쉴 새 없이 겹치는 고통들
올 3월 다리에 저온화상을 입고 입원한 유민 씨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전화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오늘 허리가 너무 아파서 식판을 떨어뜨렸어. 나 어떡해?" 그때부터 유민 씨는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척수에 자라난 종양이 신경을 누르면서 다리를 움직이기 힘들어진 탓이다. 유민 씨는 지난 9월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하체를 쓰지 못한다. "유민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허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별것 아니려니 하고 넘겼어요. 제가 유민이의 병을 키운 것 같아요." 어머니의 한숨이 깊게 내려앉았다.
계속 병상에 누워 지내면서 유민 씨에게는 여러 병이 찾아왔다. 요로감염증으로 신장이 나빠져 1주일에 3번씩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고, 폐 상태까지 악화돼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요즘 유민 씨는 '유일한' 친구인 강아지 두 마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이다. 엉덩이는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살이 빠졌고 풍성했던 머리카락도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듬성듬성해졌다. 유민 씨는 종종 힘없는 목소리로 "엄마, 나 병원에 있기 싫어. 집에 가서 강아지랑 놀고 싶어"라고 푸념한다. 하지만 유민 씨가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7개월간 늘어난 병원비에 빈털터리
유민 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당뇨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했다. 워낙 건강이 좋지 못해 전문대 졸업 후에도 취직은커녕 사람들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다. 유민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집안일 뿐이었고 부모 가슴은 타들어 갔다. "젊은 데도 아프니까 인생에 탈출구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유민이를 보면 항상 마음이 쓰이고 애가 탔어요." 외부와는 단절된 삶이었지만 집 안에서 유민 씨는 살가운 딸이었다. 6년 전부터 별거를 시작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오가며 집안일을 돕고 말벗이 됐다. 칠곡에서 홀로 지내는 어머니가 국수장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유민 씨였다. 어머니는 대구와 칠곡을 오가는 유민 씨에게 차비라도 쥐여주고 싶어 집 앞마당에 포장마차를 펴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24시간 내내 딸 곁을 지키느라 장사를 접었다. 어머니가 장사로 모은 돈은 병원비로 모조리 들어갔다. 화물차를 운전하던 아버지마저 올 초 심근경색으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일을 쉴 수 없는 처지다. 7개월간 2천만원 이상 나온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통장을 탈탈 털고 자가용마저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말했다. "치료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앞으로 병원비를 대려면 유민 아빠가 사는 52㎡ 크기의 아파트까지 팔아야 해요. 그래도 유민이만 나을 수 있다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