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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

퀴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바로 사람의 목소리이다.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의 목소리만큼 오묘한 악기는 없다. 변형이 자유롭다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시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네순 도르마'를 들으면서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 성악가랑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에 매우 즐거워했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성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소리를 분석해보곤 한다. 성악은 음역 차이에 따라 흔히들 알다시피 여성은 소프라노, 남성은 테너 등으로 구분된다. 반면에 목소리의 성질에 따라서도 나뉘는데 경쾌하고 우아한 레제로, 서정적인 리리코, 극적인 표현에 적합하고 선이 굵은 드라마티코가 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구분한다면 레제로 소프라노에서 보다 경묘한 소리에 화려한 기교로 노래하면 콜로라투라, 리리코 테너에 중량감이 더해지면 스핀토라 부른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테너들의 노래를 보다 더 관심 있게 듣는 편이다. 레제로 테너는 높은 레(D5)나 넓게는 높은 파(F5)까지 낼 수 있다. 로시니 '세빌리아 이발사'의 알마비바 백작,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 토니오 등이 레제로 테너라 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핫한 테너인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가 이에 속한다. 리리코 테너의 경우는 베르디 '라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의 렌스키 등에 적합하다.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베냐미노 질리, 주세페 디 스테파노 등이 대표적이다.

레온카발로 '팔리아치'의 카니오, 푸치니 '투란도트'의 칼라프 왕자가 각각 스핀토와 드라마티코에 적합한 역할이다. 대표적인 성악가로 프랑코 코렐리, 주세페 자코미니, 마리오 델 모나코 등이 있다. 학창 시절부터 록 보컬리스트를 꿈꾸며 발성에 관심이 많았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프랑코 코렐리, 니콜라이 게다 등 대가들의 고음 발성을 들으면 경이로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특히 성악과 대중음악의 발성을 비교하자면 고음역대로 올라갈수록 파사지오 구간 발성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으며 성악은 공명을 통한 바이브레이션, 대중음악은 성대 또는 흉부를 이용한 떨림을 이용하는 것이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장르를 떠나 노래는 만국 공통어다. 인종, 언어, 성별을 넘어 모든 곡에서 선율에 따라 성대가 움직이는 목소리는 인류가 신에게 받은 최고의 선물인 듯하다. 최근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스마일링 한국가곡 경연대회를 보며 나 역시도 아직까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노래를 좀 더 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새삼 느꼈다. 언젠가는 아마추어 성악가로서 내가 좋아하는 아리아나 가곡을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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