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의 노화 '비문증'

눈 앞에 벌레가 둥둥 떠다녀요

근시가 심한 직장인 유모(32) 씨는 어느 날부터 눈앞에 나타난 작은 점 때문에 신경이 거슬렸다. 날파리처럼 생긴 점은 아무리 눈을 비벼도 사라지지 않았고, 운전을 하거나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할 때마다 유 씨를 괴롭혔다. 병원을 찾은 유 씨는 '망막열공'으로 인한 '비문증'(飛蚊症)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레이저 치료를 받아야 했다.

흔히 '날파리증'이라고도 부르는 '비문증'은 눈앞에 먼지나 벌레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이다.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점이나 실, 아지랑이 모양 등 형태가 다양하고, 밝은 곳에서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게 특징이다. 시선의 방향에 따라 이물질의 위치가 변하고, 수시로 다른 형태로 바뀌기도 한다.

◆40대 이후부터 흔하게 생겨

비문증은 눈의 노화와 관련이 깊다. 눈 속에는 유리체라는 투명한 젤리 형태의 물질이 가득 차 있다. 유리체는 눈의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수정체와 망막의 신경 층을 단단하게 지지해 안구의 형태를 유지하고, 빛을 통과시켜 망막에 물체의 상이 맺힐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유리체의 점도가 떨어지면서 점점 물처럼 바뀌는 '유리체 액화' 현상이 나타난다. 유리체는 40대부터 점점 액체로 바뀌고 80, 90대가 되면 대부분 액체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액체로 바뀌지 않은 젤리 부분이 점차 수축하고, 결국 유리체 막이 망막 신경 층과 떨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 떨어진 부분이 혼탁해지면서 눈으로 들어가는 빛의 일부분을 가리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는 본인의 시야에 검은 점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 밖에 유리체의 젤을 형성하고 있는 콜라겐의 성질이 변하면서 혼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비문증은 대개 40대 이상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근시가 심한 경우에는 20, 30대에도 겪을 수 있다. 백내장 수술 후에도 비문증이 자주 나타난다. 이 같은 비문증은 눈에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라면 반드시 진료받아야

문제는 망막질환이 비문증의 원인인 경우다. 10여 년 전부터 당뇨를 앓아온 김모(68) 씨는 어느 순간부터 지렁이 같은 얼룩무늬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점 증상이 심해졌고, 시력도 크게 떨어졌다. 김 씨는 병원에서 당뇨망막병증으로 유리체에 출혈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인한 유리체 출혈은 비문증을 일으킨다.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출혈량이 적으면 검은 점 정도지만 출혈량이 많으면 시야를 가리고 시력이 떨어진다. 동맥경화와 고혈압 등도 망막혈관폐쇄증에 따른 유리체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홍채모양체염이나 포도막염 등 염증 질환은 비문증과 함께 안통과 충혈, 시력저하,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유리체와 망막이 붙어 있는 부위에 구멍이 생기면서 망막이 분리되는 열공성 망막박리도 주의해야 한다. 망막에 구멍이 나면 액체로 변한 유리체가 들어가 망막의 두 층이 떨어질 수 있다. 망막박리는 실명 위험이 크므로, 망막열공이 생기면 레이저치료로 진행을 막아야 한다.

김윤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교수는 "시야의 일부를 커튼으로 가린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망막박리가 원인일 수 있으므로 서둘러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윤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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