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김경해의 마케팅 이야기] 국방부, 예방접종 요법을 터득

계성고
계성고'서강대(영문과 및 언론대학원) 졸업.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현 한국PR협회 및 한국PR기업협회 회장. 해군발전자문위원

'사드'혼란은 당국의 소통준비 부족

무작전·무책임·무능의 대표 케이스

국민에게 정보 지속적으로 제공해

넓은 공감대 형성되도록 만들어야

2010년 3월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이 피격, 침몰한 천안함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 해군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었다. 국민 의식 패턴을 못 따라가는 우리 군, 특히 해군의 소통 능력과 행태가 언론의 비판을 받으며 국민을 한때 당황하게 했던 그 시점에 필자는 해군발전자문위원으로서 해군의 대국민 소통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한 일이 있었다.

천안함 사태와 같은 돌발적인 군사상황의 발생은 물론, 주요 국가안보적 이슈가 생겼을 경우 우리 군의 우선적 과제는 청와대와 국방부, 그리고 국회에 불려가는 일이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상급기관이므로 당연한 업무처리 과정이라 하겠지만, 국회에 가서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보고를 하고 까다로운 질문과 질책을 받는 일은 전혀 다른 힘든 과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군은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행하고, 한편으로는 돌발적인 안보상황에 대한 국민의 과도한 동요를 예방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군의 심리전, 정훈요원 등 전문 인력을 비롯한 군의 브레인급 고위 장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과의 소통전략을 짜야 할 시간에 언론의 날카로운 비판보도에 고전하면서 국회에 불려가 의원들에게 시달리고, 그러면서 청와대에 가서 혼쭐이 나는 등 2중 3중으로 고통을 당하는 우리 군의 위기관리시스템과 행태는 늘 그저 아마추어 수준이다.

물론 국회와 청와대, 국방부에 가서 보고한 뒤에 대응전략을 짤 수도 있으나, 군의 위기극복 노력이 그런 행정적, 정치적 공세에 인력과 시간을 빼앗기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군 수뇌부는 소통, 즉 대국민커뮤니케이션보다는 상급기관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으니 국민소통을 위한 대국민커뮤니케이션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최근 '사드' 문제와 관련한 혼란은 한마디로 국방 당국의 무작전, 무책임, 무능의 대표적 케이스의 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사드 도입 문제에서 정부는 비밀 유지와 막후 협상에만 주력해 왔지 국민 설득과 갈등 예방 등 소통에 관한 준비는 전무했다. 님비(NIMBY)현상, 전자파와 관련된 안전성 입증 등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정확히, 차분히 대국민 소통전략을 짜서 실시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지역적-국가적인 혼란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군은 사드 배치 논란이 한국 내에서 가라앉지 않자 괌의 사드 기지를 처음으로 국내 언론에 공개, 실측치를 눈으로 보여줬다. 레이더 가동 후 6분간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최대치는 0.0007W/㎡로 방송통신위원회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치인 10W/㎡의 0.00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치의 0.007%는 일상생활에서도 나올 수 있는 수치로 인체에 무해함이 판명된 것이다.

이 사드 기지의 전자파 무해 사실은 우리 언론에 며칠 반짝 비치고 막을 내렸다. 보안 전문가들을 통해, 언론보도를 통해, 신문과 TV광고를 통해, 심지어 국방부 장관이 직접 TV 뉴스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인 수단으로 사드 전자파가 인체보호기준치인 0.007% 수준이라는 사실에 대해 집중적인 국민홍보 캠페인을 벌였으면 이 사드 문제에 대해 현재와 같은 대혼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드 문제는 처음부터 대국민 소통전략의 중요한 프로그램의 하나인 '예방접종(Inoculation) 요법'을 활용했어야 했다. 과학적 데이터로서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항체주입에 비유)하면 국민들이 '면역'이 생겨 대국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소통에서 가장 신뢰받는 것은 '증언'이다. 괌을 방문한 전문가의 증언보다 더 확실한 정보는 없다. 막바지에 사태가 위급하게 되어 괌 기지로 이해 당사자들을 초청할 것이 아니라, 지난 2년간 차분히 항체를 주입했더라면 넓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사드 배치를 부인하다 기습적으로 공식화하는 게릴라 방식은 적군에게나 보일 법한 행태이지 국가안보의 주체인 국민에게 할 행동은 아니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부지 선정을 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애국심을 발휘하라고 한다면 어느 지역 주민이 선뜻 수용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국방부는 청와대, 국회의 부름보다 국민의 동의가 더 중요함을 명심하고, 상명하복의 명령체계가 아닌 소통의 전문가로 새롭게 태어나야 '제2의 사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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