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호남 화해·화합 뜻 모아, 지역 장벽 허무는 동기들

달빛동맹 힘 보태는 유승민…경북고 57기·광주제일고 51기 단톡방 '달빛 통신' 만들어

올해 예순 살인 경북고 57기와 광주제일고 51기 동갑 아재(아저씨)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우정을 쌓고 있다. '달빛 통신'이라는 카톡 단톡방(단체 채팅방)에 모인 동갑 친구들은 옛 추억과 요즘 사는 이야기를 공유하며 지역 감정을 허무는 등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 동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모임의 탄생은 우연에 가깝다. 사연은 경북고 57기인 이재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페이스북에서 광주제일고 출신 한 시인과 친구를 맺으며 시작됐다. 이 이사장은 '51기 친구들의 40주년 졸업 기념 여행 사진'을 보고 두 사람이 1957년생 동갑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경북고 57기도 올해가 졸업 40주년이기 때문이다. 두 학교 모두 그 시절엔 동네 수재들이 다니는 학교로 통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올해 6월 두 사람이 주축이 돼 카톡방을 만들었고, 동기들을 한두 명씩 초대하며 30여 명으로 불어났다.

모임의 목적이 '동기 소통'인 만큼 다양한 멤버들이 섞여 있다. 의사와 대학교수, 유명 기업의 임원과 언론인부터 승려와 농부, 시인까지 직업과 정치 성향, 종교를 초월한다. 카톡방 멤버 중 정치인은 경북고 57기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유일하다. 여행 사진과 좋은 글귀, 일상을 공유하고 이모티콘으로 화답하는 채팅 내용이 대부분으로 동년배 카톡방과 다를 것이 없다.

나고 자란 지역도, 현재 사는 곳도 다르지만 동갑끼리만 통하는 추억이 많다. 1975년 고3 때 대통령배 야구 결승에서 경북고 투수 성낙수가 광주제일고 4번 타자 김윤환에게 3연타석 홈런을 맞고 패한 일화는 그 시대를 함께 살았기에 웃을 수 있는 이야기다. 경북고 동기들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광주제일고에 부채 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광주일고 동기들은 우리보다 세상을 진하게 살았다. 고3때 데모하려다가 제적 당해서 그해 졸업을 못하고 검정고시를 치러 대구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미안해졌다"고 했다.

카톡 친구들은 '번개팅'으로 오프라인 만남도 이어갔다. 첫 모임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렸고, 이달 초 미국에서 온 광주제일고 출신 승려가 대구를 찾았을 땐 경북고 57기가 달려가 손님 대접을 했다.

대구와 광주를 대표하는 두 학교의 동갑내기들은 앞으로도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영호남이 화해하고 화합하는 데 같이 뜻을 모으는 기분 좋은 모임이다. 채팅방에서 이야기하고 직접 만나 보면 정말 친한 친구들 같다"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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