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몸을 때리며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자 합니다."
12일 낮 12시쯤 대구 서구 상리동의 한 언덕에 80여 명의 무슬림이 모였다. 검은 계통의 옷을 입고 온 이들은 하나같이 'Labbaik ya hussain as'(후세인 성자여, 우리는 당신을 따를 준비가 되었나이다)라고 적힌 검은 띠를 이마에 두르고 있었다.
언뜻 시위 현장으로 보일 수 있는 이날 집회는 다름 아닌 '아슈라' 의식이었다. 아슈라란 이슬람력으로 1월 10일이라는 뜻으로 올해는 양력 10월 12일이었다. 1천400여 년 전 이날 시아파의 성인 후세인 일가가 이라크 왕조에 몰살당한 비극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아슈라를 기리는 곳은 국내에서는 서울 이태원과 대구뿐이다. 현재 대구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5천여 명에 달하며 5년째 '아슈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0여 분 정도 기도 의식을 한 무슬림들은 1시간에 걸친 행진을 시작했다. 마치 우리네 곡소리와 비슷한 음조를 읊조리며 손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된 행동이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가 세게 가슴을 때리는 식으로 바뀌어 '자해'에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알리(44) 씨는 "현지 무슬림의 의식은 쇠사슬로 몸을 내리치고 피투성이가 될 정도지만, 한국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가슴을 세게 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과 운전자들은 이들을 신기한 듯 지켜봤다.
일부 시민은 "이슬람 의식을 처음 본 데다 대구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이 신기하다"며 "한국도 이제 다문화사회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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