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뜨는 동네'는 전국 어디 할 것 없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겪는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올라 상권이 원주민 대신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물갈이되는 현상이다. 그렇고 그런 음식점들이 지겹다면, 올가을 단풍 구경 삼아 대구 앞산 고산골을 올라보자. 연륜을 뽐내는 맛집에서 자연을 벗 삼아 식도락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는 눈 녹듯 사라진다.
◆계곡 따라 걷다 보면 스트레스 싹~
태풍 '차바'가 지나간 직후 앞산 고산골을 찾았다. 다행히 이틀 동안 내린 비에도 큰 피해는 없었다. 오히려 등산로를 따라 난 계곡에서 들리는 시원한 물소리가 신기했다. 수많은 차량으로 늘 혼잡한 신천대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런 비경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산성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사시사철 넘치는 고산골 계곡은 예로부터 이름이 높았던 모양이다. 남구청에 따르면 고산골이란 이름은 신라시대 전설에서 유래하는데, 아들이 없어 애를 태우던 어느 신라 임금이 이곳에 '고산사'라는 절을 짓고 왕자를 얻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계곡에는 지금도 사찰이 많다.
고산골은 앞산자락길로 이어진다. 산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기존 등산로와 달리 등고선을 따라 2~3부 능선의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총연장 15㎞의 코스다.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돼 있어 초행자라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신토불이'로 음식에 레스토랑까지
연간 350만 명이 이용한다는 고산골 등산로에는 30곳 가까운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곳도 많다. 테이블마다 알록달록 등산복을 차려입은 등산객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정겹기만 하다. "아지매, 여기 막걸리 하나 더~." "쪼매 기다리소."
1980년대 중반부터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식당들은 대부분 전통 한식을 다룬다. 보리밥'추어탕'백숙'수제비'메밀묵'칼국수'국밥 등 친근한 서민 음식이 주종이다. 이름난 음식점 대부분이 국내산 재료만 고집하는 것도 이 동네의 특징. 하지만 최근에는 카페'레스토랑도 잇따라 개업, 구색이 다양해졌다. 상동교 근처에는 중고 레코드판을 파는 가게도 생겨 문화거리로 변신할 조짐도 보인다.
대학생 시절부터 고산골을 자주 찾는다는 서영학(53) 씨는 "1980년대만 하더라도 등산로 주변 대부분이 포도밭이었다"며 "2000년대 들어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예전의 아늑함은 줄었지만 대구 시민이 힐링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연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방문객도 크게 늘어
대부분의 등산로 입구는 중장년층으로 붐빈다. 하지만 고산골에서는 코흘리개들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최근 개장한 '공룡 공원' 덕분이다.
공룡 공원에는 티라노 사우르스, 브라키오사우르스 등 로봇 공룡들과 공룡 알 등이 설치됐다. 실물 크기로 제작했으며, 관람객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감지기)가 달려 있어 가까이 가면 머리와 입, 꼬리 등이 움직인다. 그럴 듯한 효과음도 나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공원 바로 옆 계곡에서는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 화석도 볼 수 있다. 세 개의 발가락 흔적이 보이는 조각류와 원형의 용각류에 속하는 초식공룡으로 추정된다. 남구청 측은 2018년까지 10억원을 들여 이 일대를 가상체험 학습시설과 휴식공간을 갖춘 테마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고산골 앞산공원관리사무소 앞에는 소규모 조각작품이 설치된 '쌈지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다. 또 고산골과 산성산 중간쯤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도심 경관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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