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11년째 종합문예지 '월간 한비문학'을 발행하고 있으나, 대구의 문인 대부분은 문예지 발간의 고충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문예지의 현실은 한비문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모든 문예지가 겪고 있는 현실이고,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문예지는 발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문예지는 창간과 동시에 폐간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라고 실감한 것은 문예지를 창간하고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아서다. 준비한 수천만원의 돈이 모두 사라지고 일 년이 지나자 사라진 돈만큼이 빚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문예지가 서점에 배포되어도 사보는 사람이 없고, 기업체의 광고나 후원은 경제 논리만 따지니 재정 마련이 불가능하였다. 그럼에도, 시중에서는 문예지 발간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비난과 험담만 난무했지 문예지 발간의 고충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문예지도 경제활동을 하여 이익을 창출해야 작품을 발표하는 문인들에게 원고료를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문예지가 책을 파는 것을 상업적이라 비하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글을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책으로 주면, 앞뒤 자르고 온갖 비방을 할 것이다.
재정만 튼튼하면 어떤 문예지이든지 우수 문예지가 될 수 있다. 좋은 작품을 쓰는 문인에게 많은 원고료를 지급하면 좋은 작품으로 가득 찬 문예지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을 마련하는 상업적인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 년에 문예지 한 권 사보지 않는 문인들이 문예지의 상업성이나 문예지의 질과 격에 대하여 떠드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는 없다.
전국의 모든 문예지가 부실한 재정으로 힘들어하자 정부에서는 매년 우수 문예지라는 제도를 통하여 원고료에 대한 부분을 기금으로 충당해 주고 있으나 이 역시 몇몇 재정이 튼튼한 문예지에 편중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수 문예지 선정 조건이 문예지에 발표하는 원고에 원고료를 지불하고 있는지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중소 문예지는 자금 부족으로 원고료 대신에 책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원고를 싣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매년 선정되는 문예지는 거의 똑같다. 기금이 올바르게 사용되자면 기금을 받아 원고료를 줄 수 있는 중소 문예지를 함께 선정하여 우수 문예지의 폭을 넓혀가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기금을 받아 원고료로 사용하였는지는 사용 내역을 제출받으면 될 것이다.
또한, 이렇게 정부에서 우수 문예지라는 이름으로 문예지를 선정하다 보니 선정되지 못한 대부분의 문예지는 저질 문예지가 되어 곤욕을 치르기 예사다.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원고료 기준 문예지 선정의 이름을 우수 문예지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옳다. 현재 우수 문예지의 기금을 받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발표하며 문학의 발전과 확장에 기여하는 문예지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 문예지에서 배제된 문예지는 모두 저질 문예지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은 잘못이다.
처음 종합문예지를 월간으로 발간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문예지를 발간하면 '돈을 잃고' '이름(명예)을 잃고' '건강을 잃는'다고 극구 반대했었다. 11년이 지난 지금 걱정과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후회가 되지 않는 것은 문학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나눈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고, 끝내 놓지 않는 것은 온갖 비방과 험담을 격려의 소리로 생각하고, 언젠가는 튼튼한 재정으로 훌륭한 문예지를 발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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