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계산천주교회는 근대골목투어에 나선 이들로 늘 붐빈다. 몇 년 전만 해도 드물었던 젊은이들이 대구근대골목 프로젝트 이후 부쩍 늘어난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성당을 가로질러 주차장을 오가다 보면 10대, 20대 젊은이가 이따금 사진 촬영을 부탁한다. 셀카봉 등장으로 사진사가 되는 일이 많이 줄긴 했지만 성당 앞뜰은 청춘 남녀의 데이트 코스이자 인증 장소다.
창 너머 광경을 지켜보면서 '낭랑'(朗朗)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밝고 유쾌하고 활달한 청춘 남녀에 낭랑만큼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가 있을까 싶다. 건강하고 해맑은 청춘의 이미지와 '낭랑'의 어감은 요즘 표현대로 싱크로율 100%다. 청춘은 아프다지만 낭랑만큼 청춘을 더 잘 대변하는 용어는 없다. 1949년 세상에 나온 백난아의 '낭랑 18세'가 여태 불리고 랩으로 드라마로 진화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만 18세가 되면 투표권을 주자는 운동이 다시 민간에서 일고 있다. 한국YMCA가 최근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18세 참정권' 캠페인을 시작했다. 현재 선거 연령 기준은 만 19세다. 이는 한국 나이로 20세나 21세가 되어야 투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계 232개 나라 중 215개국이 18세다. 한국은 19세를 고집하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OECD 국가에서는 유일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18세를 '아직 시근이 덜 든 나이'로 보는 사람이 훨씬 많다면 신중히 생각해 볼 문제이나 일부에서 한사코 19세를 고집하는 이유는 뻔하다. 표 계산에만 코를 박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은 미성년자의 정치 참여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이는 권리는 주지 않고 의무만 지우는 꼴이다. 왜 18세 미성년자에게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강요하는지 해명해야 한다.
투표는 국가 중대사 결정에 참여하는 국민의 권리 행위다. 동시에 일정한 자격이 되면 누구에게든 주어진 의무다. 선거 때마다 빠짐없이 투표하라고 다그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금처럼 '권리'만 보고 18세 선거권을 따지면 패가 계속 갈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의무' 관점에서 들여다볼 때가 됐다.
비로소 성인 구실을 한다는 '약관'(弱冠)의 낡은 개념으로 선거권 연령에 대못을 박는 것은 시대착오다. 투표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행위다. 정작 미래의 주인공인 젊은이에게 결정할 권리를 빼앗는 것은 월권이다. 18세는 낭랑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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