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담뱃값 인상에 숨은 꼼수, 정부는 왜곡 구조를 바꿔라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전체 담배소비세는 늘었지만 지방교육세는 줄면서 결국 총지방세는 감소했다. 전체 담뱃세 징수는 더 불어도 지자체 몫인 지방세는 되레 뒷걸음치며 속 빈 강정이 되는 이상한 일이 빚어진 셈이다. 정부가 담배에 물리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교묘히 조정한 결과다.

새누리당 강석호 국회의원의 12일 행정자치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담배소비세는 3조350억원이다. 2014년의 2조9천528억원보다 2.8%(822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교육세는 1조3천351억원으로 전년 1조4천764억원보다 9.6%(1천413억원) 줄었다. 결국 지난해 두 세금을 합친 총지방세는 4조3천701억원으로 전년 4조4천292억원에 비해 1.3%(591억원) 감소했다. 담뱃값 인상에도 지방세수는 뒷걸음친 것이다.

원인은 정부다. 담배에 물리는 5가지 세금'부담금의 비율을 고친 탓이다. 담배에는 제조원가와 유통 이익에 4가지 세금과 1개 부담금이 붙는다. 지난해는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에다 국세인 부가세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했다. 대신 폐기물부담금을 없애고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그대로 두었다. 전체 항목은 같지만 배분 비율을 고쳐 지방세 몫 비율을 2014년 62%에서 지난해 43.7%로 낮췄다. 대신 국세인 부가세와 개별소비세 몫은 늘렸다.

말하자면 담뱃값을 더 올려도 지방세는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세에 유리한 분배 구조로 바꾼 숫자놀음 때문이다. 정부가 당초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고 지방세를 늘린다는 담뱃값 인상 명분은 허울뿐이었다. 사실상의 국세 증세 효과를 꾀한 노림수와 다름없다. 이는 국민과 흡연자를 속이는 일이다.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한 꼼수로, 세수가 줄어든 지방정부를 정부가 교부금을 앞세워 옥죄는 지방 길들이기라는 정치권의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가뜩이나 지방정부는 열악한 재정으로 힘든 살림살이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국세 늘리기에 유리한 이 같은 왜곡된 현행 담뱃세 배분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방세 부분을 늘리는 쪽으로 말이다. 앞장은 이를 막지 못한 행자부 몫이다. 지방정부도 힘을 보태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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