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평면 작품 11점·입체 2점
한국 전통 격자 형태도 선보여
차계남 작가는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넌지시 강요하는 것 같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작품에만 집중해 들여다보고 느껴라. 그러고서 한 발짝 뒤로도 가까이서도 보고, 옆에서도 감상해보라"고.
차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앞에서 비켜설 수 없게 만든다. 그만큼 압도적이다. 색과 스케일, 그리고 눈을 돌릴 수 없게 하는 섬세함, 해독 불가능한 언어들의 변주 등 압도적인 아우라에 관람자는 그만 자신을 놓아버린다.
차 작가의 작업은 물질과 재료가 바로 의미이자 내용이며 과정 그 자체다. 직접 붓글씨로 반야심경을 쓴 한지나 염색한 한지를 일정한 길이와 폭으로 자른 뒤 그것을 꼬아서 노끈(실)을 만든다. 그러고는 한 올 한 올 반복해서 일일이 붙여나간다. 그리고 나면 반야심경은 붓글씨가 아니다. 글씨는 종이가 되고 그 종이는 조각조각 잘려 끈이 된다. 접히는 과정에서, 꼬는 과정에서 숨겨지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면서 '흔적'을 만든다. 작품은 단조로운 듯 보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조용한 울림을 준다.
20일(목)부터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전관에서 열리는 차 작가의 개인전은 어떠한 미사여구도 부제도 없다. 11점의 대형 평면 작품과 2점의 입체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차 작가는 또 한 번의 변신을 보여준다. 검은색 이외의 색을 선보여 '차계남=검은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멀리서 보면 회색으로 보이는 무채색 작품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흰색과 검은색 종이끈의 무수한 결합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세로줄 형태로 꼬아 내린 작품이 아닌 마치 한국의 전통 격자 형태를 띤 새로운 작품도 보인다.
차 작가는 이에 대해 "시간과 공간에 대해 고민했다. 그것 사이에는 '간'(間), 즉 '사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삶과 죽음 사이이기도 하고, 우연과 필연 사이이기도 하다. 또 그 사이에는 관람객이라는 사유의 존재가 들어간다. 사이에 대한 고민이 결국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사이, 즉 이들 간의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 손을 떠난 작품은 관람자의 몫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관찰하듯 마치 입체 작품을 감상하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1월 20일(일)까지. 053)32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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