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빌리티'라는 말이 있다. '있어 보임'과 능력을 의미하는 '어빌리티'를 합쳐서 만든 말로 '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란 뜻이다. '있어 보임'은 '있음'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있어 보임'에는 '있음'에는 없는 가상성이 있다. 실제로는 없지만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기 때문에 '있어 보임'에는 좋게 말해 환상이 포함되어 있고, 나쁘게 말해 거짓이 있다.
'있어빌리티'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이 실제 자기 자신보다 더 있어 보이도록 연출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메이크업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돈-인맥-지식 있어빌리티는 교묘한 눈속임이지만 그렇다고 사기는 아니다. 화장한 나는 나와 약간 다르지만 내가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있어빌리티는 애매하다.
나 역시도 있어빌리티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의 나는 알려진 나와 다르며, 내가 알려졌으면 하는 나와도 다르다. 나의 프로필 사진은 내가 가장 근사하게 나온 사진이다. 어쩌면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쩌면 단순한 성찰을 그럴싸하게 깊이 있어 보이게 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나는 나 자신을 단 한 번도 나의 밥벌이로 소개해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을 비루한 밥벌이가 아니라 '작가'로 보이게끔 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있어빌리티'다.
사회든 직장이든 능력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능력을 갖췄다는 자격을 갖출 것을 요구할 뿐 '능력 자체'를 키울 것은 장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능력' 대신 학위나 대학, 직업, 직장, 스펙, 공인어학성적, 자격증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능력은 질적인 것이라 애매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명료한 수치와 자격증으로도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 긴 시간을 지켜보고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 사람의 가치를 오직 능력의 수준으로만 판단하는 사회는 반드시 '있어빌리티'를 고도화시킨다. 수입차 리스나 짝퉁 시계조차 감당할 돈이 없는 20대 수많은 가난한 청춘들이 SNS에서 학위나 출신학교, 직장, 유명한 사람과의 사진 한 장을 활용한 최첨단 있어빌리티 기술을 개발해온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사람은 자격증으로, 그 사람의 밥벌이로, 타고 다니는 차, 또 수능 성적표로 그렇게 빨리 파악되지 않는다. 내가 본 그 사람은 그 이상일 수도, 이하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 밥벌이가 아니다. 그러면 나는 작가인가? 그것도 아니다. 있어빌리티가 사실과 가상 사이에 있듯이, 나도 내 밥벌이와 작가 사이에 있다. '있어빌리티'라는 말만큼이나 나는 애매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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