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최근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참여정부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에 앞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의견을 물었고 이 과정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은 사생결단식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여권은 외교 문제를 다루면서 북한의 결재를 받았던 정치인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제1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다. 반면 더민주는 식상한 색깔 공세에 신물이 난다며 당시 북한과의 협의는 결정(기권)된 사안을 통보하는 성격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을 가장 잘 활용한 전략"이라며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을 두고 야당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제1 야당을 장악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를 상대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 현상을 늦추려는 여권과 정권 흔들기를 통해 정권 교체 분위기를 띄우려는 야당 사이의 정면대결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권으로선 안보 문제를 거론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와 함께 야권의 대선 구도를 송두리째 흔들면서 적진(야권)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색깔론을 기반으로 대북 문제를 도마에 올린 것이 도리어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동안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 온 국민의당과 완전히 갈라서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대북 문제에 관한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포용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정치인, 특히 요직을 지낸 인사들의 회고록은 주요 국정 과제를 다룬 의사결정 과정의 이면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괴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회고록은 일종의 내부고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언론조차 접근이 어려운 권력 핵심의 숨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회고록이 정쟁의 씨앗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퇴임 후 상당한 시간을 두고 쓰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인 또는 고위공직자 출신의 회고록 내용은 집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현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회고록이 정쟁을 유발하는 촉매제가 아니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집필자들이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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