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밥 딜런의 자기 혁신

젊은 시절, 밥 딜런의 노래에 열광했다. 몇몇 친구들과 가사 뜻은 잘 몰랐지만, 그가 뿜어내는 허무하고 반항적인 분위기에 푹 빠져 있었다. 뚜렷한 고저 없이 낭창하게 읊조리는 목소리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마구 후벼 팠다.

당시 유행한 록음악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득했지만, 정서적으로 결핍된 부분이 많았고, 밥 딜런의 음악에는 정서적인 면과 내면적 깊이가 있었다. 얼마 전 한 친구가 노래방에서 밥 딜런 창법을 흉내 내는 것을 보고 한참 웃은 적이 있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 모양이다.

그가 1961년 데뷔 후 60년 가까이 '슈퍼스타' 대접을 받고 있으니 가수의 생명력만 보면 세계 최고다. 그가 긴 세월 동안 인기를 유지하면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것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변화의 결과물이다.

1963년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 포크 음악의 슈퍼스타가 됐지만, 2년 뒤 충격적인 변신을 감행한다.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변되는 정통 포크를 버리고 전기기타를 들고 '포크록'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다. 무대에서 쓰레기 투척을 받고, 온갖 욕을 먹었지만 굽히지 않았다. 비틀스의 영향이다. 포크로는 대중 확장성이 부족하고, 록의 에너지를 채용해야만 살 수 있다는 점을 꿰뚫어 본 것이다,

1960년대 후반 '컨트리록' 유행을 선도하더니 1980년대에는 종교적인 색채의 음악을 내놓았고 최근에는 포크록으로 회귀했다. 영화에도 도전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과거를 버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삶이었다.

그의 잦은 변신은 돈과 인기를 좇는 유대인이기에 가능했다는 비아냥도 있다. 긴 매부리코에 찌푸린 눈, 신경질적인 인상은 전형적인 유대인의 얼굴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크라이나'리투아니아에서 이주했고, 6살 때까지 미네소타 유대인 공동체에서 살았다. 1980년대 기독교로 개종해 가스펠 앨범도 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버렸다.

1965년 영국 순회공연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Don't Look Back'(돌아보지 마라)에는 그가 호텔방에서 온종일 기타를 치면서 쉴새 없이 떠드는 모습이 나온다. 가볍고 수다스럽지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노랫말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기업에서 '자기 혁신과 변화'를 외치지만 밥 딜런은 일찌감치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의 나이 75세. 언제까지 변신을 계속할지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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