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태전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46) 씨는 결혼 15년 만에 결심했던 내 집 마련의 꿈을 미루기로 했다. 올 들어 아파트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더 늦기 전에 집 장만에 나서기로 결정한 터였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려고 거래은행에 들렀다가 실망한 채 돌아섰다. 은행 측은 "은행 자체 신용위험평가에서 부실등급인 6등급이 나왔기 때문에 저금리 대출은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혹시나 해서 제2금융권을 찾았지만 여기서도 앞으로는 대출을 받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정부가 발표한 '8'25 가계부채 대책' 후속 조치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실수요자인 서민'중산층으로 흘러가야 할 '돈줄'까지 말라붙고 있다. 금융당국의 우회적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보조를 맞춘 시중은행들이 대출심사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데다 이달 말부터는 취약 부문인 2금융권 대출 억제 조치도 시행된다. 실수요자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대출절벽'을 넘어 '대출 대란' 사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 대출 금리 '꿈틀'
DGB대구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은 올해 대출 목표치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증가세가 가파른 중도금 대출과 신용대출에서도 심사 잣대를 한층 깐깐하게 들이대거나 더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일부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에 가산금리를 소폭 높여 적용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의 경우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신규대출 기준) 평균금리는 2.70%로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등했다.
특히 정부의 보금자리론(10~30년간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설계한 장기 주택담보대출) 대출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난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집값 평균이 3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보금자리론 가능 대출자에 대한 대출한도가 1억원 이하로 줄어든 탓에 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추가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2금융권도 대출 옥죄기
내 집 마련이 목적인 주택 실수요층이 제2금융권을 찾더라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이달 말부터 2금융권을 겨냥한 가계대출 대책이 속속 시행된다. 31일부터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로부터 토지나 상가, 오피스텔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담보가치 대비 최대 15%포인트 줄어든다.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안도 연내 나온다. 현재 상호금융은 은행'보험권과 같이 소득심사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고 영세 상공인이나 농'어민 등 소득 증빙이 어려운 차주들이 많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역시 건전성 감독규제와 영업규제 강화를 통해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연말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력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도 예정돼 있다. DSR은 대출 심사를 할 때 시중은행과 보험회사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비롯해 마이너스통장 대출, 자동차 할부, 학자금대출, 신용카드 미결제까지 모두 감안해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대출 가능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CEO 컨설팅 고건영 팀장은 "대출 수요자들이 은행권과 정부의 대출 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면 제2금융권으로 가게 되는데, 제2금융권 대출 조건도 까다로워지면 서민층은 높은 대출 금리를 부담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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